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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농민신문)“농업, 보호해야 할 중요 산업 …헌법에 지원의무 담아야”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1-29 10:20
조회
1089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개인 사무실에서 농업의 가치가 헌법에 담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인터뷰]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농업활동엔 인간적 가치 있어 서로 협업하는 공동체 문화와 정성으로 농사짓는 순리 담겨

환경보전 등 공익적 기능 제대로 평가 못 받아 안타까워 헌법에 구체적 조문 명시를

농촌 문화유산 보존하고 농가소득 보전하는 방안 필요

농업가치 공감대 확산 위해 다양한 체험행사 추진 절실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감에 따라 농업가치 헌법반영을 위한 농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를 개헌 국면이기에 농업계의 요구가 답 없는 메아리에 그치지 않도록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농업계 바깥의 시선은 어떨까. <농민신문>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장, 영산대 석좌교수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을 25일 만나 농업가치의 헌법반영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역사학자로서 농업의 가치를 평가한다면.

▶농업활동에는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차원을 넘어선 인간적인 가치가 있다. 우선 공동체 정신이다. 농업은 협동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산업이다. 우리 농촌에는 두레와 품앗이 같은 협업 문화가 있다. 바쁜 영농철에는 서로 일손을 돕고 농기구를 빌리기도 한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순리의 정신도 있다. 하늘을 경외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진실한 마음으로 어떻게 정성을 다하느냐에 따라 농사의 결과가 달라진다.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사람이 있다. 농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진리다.

-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농업의 위상이 많이 위축됐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제는 4차산업혁명 시대까지 도래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물과 공기, 땅이 없으면 인간이 살 수 없다. 세상이 숨 가쁘게 변해간다지만 절대 잃어버리면 안되는 가치가 있다. 식량안보, 환경·경관 보전, 농촌사회와 전통문화 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같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과학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농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세태가 안타깝다.

- 농업계는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헌법은 우리 정치공동체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를 담은 국가의 최상위법이다. 현행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공익적 기능이 담겨 있다지만, 세부 법률을 읽어보는 국민이 몇사람이나 있겠는가. 농업이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육성해야 하는 중요한 산업이라면, 당연히 헌법에 구체적인 조문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계의 주장처럼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그에 따른 국가의 지원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 여러 공익적 기능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을 꼽는다면.

▶농촌사회와 전통문화 보전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국가브랜드위원장·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역임하며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위해 전국을 누볐다. 경북 영주 소수서원, 안동 하회마을의 병산서원 등 아름다운 서원이 많다. 우리 전통 건축은 자연과 동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농촌사회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지도록 서원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건축물 자체만 보존하는 게 아니라 주위 경관까지 함께 보존해야 한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스위스를 보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농촌마을은 거저 나온 것이 아니다. 스위스 농민은 친환경적인 농업생산과 아름다운 자연경관 보전 등 농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대신 국가로부터 직불금을 받는다. 헌법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천명하고, 정부가 직불제를 통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제공하는 농민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곳곳에도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아름다운 건축물과 전통사찰이 있다. 스위스 헌법을 참고해 농촌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농민들의 소득도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려면.

▶도시민과 농업·농촌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 나는 서울 토박이다. 지금이야 서울이 외곽까지 번성한 도심이지만, 옛날에는 사대문만 나서면 논밭이 있는 농촌이었다. 외할아버지가 마포 인근에서 농사를 지으셨다. 주말이나 방학 때 외가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역사를 전공해 전국 곳곳에 유명한 역사 유적지를 답사했다. 단순히 유적만 본 게 아니라 그 주변 환경인 농촌도 함께 봤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으니 대학생 시절에는 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몰랐다. 직접 농촌을 찾고서야 이곳에서 생명이 싹트고 우리가 먹는 농산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농사를 짓는 분들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도 느꼈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시대의 서울 토박이와 요즘 시대의 서울 토박이는 또 차원이 다를 것이다. 논밭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도 꽤 많으리라 짐작한다. 직접 농촌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고민해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라는 말 자체는 추상적이라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딸기 수확체험 등 직접 경험해보면 누구나 깊게 공감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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