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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무허가축사 적법화, 정부 늑장·지자체 비협조에 '지지부진'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1-15 09:39
조회
934

사진은 축사 처마를 확장한 한 무허가 축사의 모습. @농민신문DB

[2018 신년기획] 선진축산의 길, 이것만은 해결하자 (1)무허가축사 적법화<상>적법화 현황과 원인

정부, 법 시행 후 8개월 지나 세부 요령 발표…농가 ‘혼란’

고병원성 AI·구제역 발생에 축사시설 개선 일정 지연

지자체, 법적 근거 없지만 민원 앞세워 주민동의서 요구 개선 농가 전체 13.4% 그쳐

대한민국 축산업이 선진축산으로 한단계 도약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를 비롯해 가축전염병과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 등으로 인한 축산물 안전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성장을 거듭해온 축산업의 위상이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농민신문>은 ‘선진축산의 길, 이것만은 해결하자’ 시리즈를 통해 축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짚어본다.

무허가축사 적법화는 올해 축산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축산농가의 생존과 국내 축산업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적법화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가축분뇨의 배출·정화 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등 규정에 맞게 무허가축사를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무허가축사에 대한 폐쇄와 사용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 시행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적법화율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대로 가다간 대상 농가 상당수가 축산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생산기반 붕괴가 우려된다.

◆ 10가구 중 8가구 여전히 무허가축사=정부는 2014년 3월24일 가축분뇨법을 개정·공포했다. 가축분뇨를 적정하게 처리해 환경오염을 막자는 취지에서였다. 법 개정에 따라 무허가축사 소유자로 전락한 농가들은 2015년 3월25일부터 3년간 적법화를 유예받았다.

무허가축사 보유농가는 전체 축산농가의 52%인 6만190가구로 파악된다. 소 사육농가가 5만2469가구로 가장 많고, 닭·오리 4563가구, 돼지 3158가구 순이다. 이들 농가는 축사면적에 따라 3단계에 걸쳐 적법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적법화 진행 속도는 ‘느린 소걸음’보다 못하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2017년 11월 말까지 법에 맞게 개선한 농가는 전체의 13.4%인 8066가구에 불과하다.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적법화를 못 마쳤다는 얘기다.

◆ 정부의 늑장대처로 준비시간 부족…행정절차 복잡=왜 이렇게 적법화가 지지부진한 걸까. 축산업계는 가장 먼저 적법화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법 시행 후 8개월이 지난 2015년 11월에서야 세부 실시요령을 내놨다.

심지어 법 시행 때만 해도 신규농가에 한정했던 대상농가를 그해(2015년) 12월1일 기존농가까지 확대했다. 이 탓에 농가 상당수는 정부의 무허가축사 실태조사 결과가 나온 2016년 10월 이전까지 자신이 무허가축사 대상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결국 3년 유예를 받기는 했지만 정부의 늑장대처로 실제로 농가에 부여된 시간은 이에 훨씬 못 미쳤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2015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악성 가축전염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이 10개월 이상 발생하면서 축사시설 개선 일정이 그만큼 지연됐다. 현재도 비상방역 상황이라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질병이 발생하면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지기 때문에 각종 행정절차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련법이 25개로 많고, 행정절차가 복잡한 점도 적법화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적법화 절차는 ▲측량 ▲자진신고 ▲이행강제금 부과·납부 ▲건축설계(용역) ▲건축허가(지방자치단체 각 부서 승인) ▲가축분뇨 처리시설 설치 신고·허가 ▲축산업 등록·허가 순으로 진행된다. 신축 절차와 별반 다르지 않아 적법화에 통상 5~6개월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측량비·설계비·감리비·인허가수수료 등 신축 수준의 비용이 동반된다. 설계만 해도 3.3㎡(1평)당 3만~4만원이 들어 웬만한 규모만 돼도 수천만원의 비용부담이 생긴다. 이런 이유로 소규모·고령 농가 상당수는 “이대로 있다가 문을 닫는 게 낫다”며 적법화보다 폐업을 택하고 있다.

◆ 지자체 비협조…입지제한지역 불가능=인허가권을 쥔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상당수 지자체는 ‘민원’을 내세워 법적 근거가 없는 주민동의서를 요구하는 등 적법화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초 4개 부처 장관 명의로 전국 지자체장에게 협조문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축산농가들은 “지자체장이 일반 시민의 표를 의식해서 무허가축사 개선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적법화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도 있다. 그린벨트와 같이 입지제한을 규제하는 지역의 축사는 적법화 절차를 밟을 수 없다. 사실상 구제방안이 없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최근 행정처분 대상이 아닌 영세농가의 배출시설과 더불어 입지제한지역 농가를 통계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방법이 없다고 해서 대상에서 제외하는 농식품부의 행태는 소도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적법화가 지지부진한 것은 정부가 충분한 사전조사와 준비 없이 법을 시행한 결과”라며 “지금 상황에선 축산농가의 힘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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