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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고착화된 쌀 공급과잉…강력한 생산조정제 도입 서둘러야”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7-07-06 21:06
조회
1182
생산량 늘고 의무수입 40만t 달해…연평균 28만t씩 남아
쌀값 하락·농가소득 악화·정부예산 과다투입 악순환 반복
3만㏊ 기준 생산조정제 비용 900억…절감효과는 3천억 달해
식량안보·수급조절 고려한 사료용 쌀 재배 적극적 검토를

쌀막걸리 육성·쌀가루 제품 개발 등 새 소비처 발굴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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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임기 중반부터 쌀문제로 큰 곤욕을 치렀다. 유례없는 4연속 대풍으로 2015년과 2016년 수확기에 큰 혼란을 겪었고, 결국 지난해 수확기 쌀값은 12만9807원(이하 80㎏ 기준)으로 떨어졌다. 산지 쌀값 13만원대가 무너진 것은 1995년 이후 21년 만이다. 농업계는 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로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꼽고 있다. 쌀문제를 그대로 놔뒀다가는 농가소득 악화, 정부예산 과다 투입이란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28만~29만t 공급과잉 구조=산지 쌀값이 맥을 못 추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량이 소비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벼 재배면적은 연평균 2.2% 감소한 데 비해 쌀 소비량은 2.6% 줄었다. 고품질·다수확 품종 보급으로 10a(300평)당 생산량이 2006년 493㎏에서 2016년에는 539㎏으로 대폭 늘었다. 여기에 의무수입쌀이 매년 국내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40만9000t씩 들어온다. 쌀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경연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8만t의 쌀이 초과공급됐다고 분석했다. 농경연 측은 “정부의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도 연평균 29만t가량의 쌀이 초과공급되는 등 쌀 공급과잉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농가들은 쉽사리 벼농사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농경연이 4월에 조사한 벼 재배의향면적은 75만6000㏊로 정부의 감축 목표치인 74만4000㏊에 견줘 1만2000㏊ 많은 수준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생산이 줄어드는 경제학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농가들의 재배의향이 여전한 이유는 벼농사가 상대적으로 손이 덜 드는 데다 대체할 마땅한 작목도 없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논농업의 기계화율은 97.8%에 달한다. 게다가 정부의 공공비축제나 농협의 자체 매입이 잘 정비된 쌀은 다른 작목에 견줘 판매도 수월한 편이다. 또 직불금 같은 정부 차원의 가격 완충장치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관계자는 “개방화·고령화 추세에서 농가들 기반 구축이 잘돼 있고 소득 확보에 유리한 벼농사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며 “콩과 조사료가 최근 부각되고 있지만, 가격이나 판로 면에서 쌀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산조정제 도입 시급=문제는 이런 상황 아래에서 수급을 맞추기가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논 1㏊에서 생산되는 쌀이 5t가량 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자연감소분 외에 벼 재배면적을 6만㏊(쌀 30만t 분량) 줄여야 한다. 강원지역 전체 벼 재배면적(3만㏊)의 2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일단 휴경제는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2003~2005년 휴경하는 조건으로 임차료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했었다. 그렇지만 이 사업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지 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농지관리 소홀로 인한 병해충 확산과 논 황폐화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따라 정부가 2011년 도입했던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 즉 대체작물을 통한 쌀 생산조정제가 주목받고 있다. 논에 벼 대신 콩이나 조사료 같은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1㏊당 3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본지와의 특별인터뷰(4월14일자 1·3면 보도)에서 “강력한 쌀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농정공약 마련에 참여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은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3만㏊를 기준으로 900억원 정도지만, 15만t의 쌀 생산 감소 효과를 통해 변동직불금 383억원과 쌀 재고관리비용·판매손실비용 등 약 3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시기다. 설령 6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관련예산을 확보하더라도 농가들에게 작목 전환을 권유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정부 관계자는 “동계작물인 양파와 마늘 수확시기가 7월까지임을 감안할 때 이모작 논의 작물 전환 유도는 일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료용 쌀 재배 주목=정부의 쌀 재고 해소 대책 가운데 최후의 방법은 주정용·사료용 처분이다. 정부는 5년가량 묵은쌀은 소주 원료인 타피오카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그렇지만 매입 원가가 1㎏당 1500~2000원인 쌀을 130원 수준에 불과한 주정용으로 처분하면서 예산 낭비란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묵은쌀을 사료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농업계에서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사료용으로 쓰일 쌀을 재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료용 쌀 재배의 최대 장점은 논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배수가 불량한 습답이나 경사지·자투리 논에서 재배할 수 있다. 사료적 가치도 높아 곡물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연간 배합사료 생산량 1500만t의 2%(30만t)만 사료용 쌀로 대체해도 쌀 공급과잉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은 2013년부터 이런 방법으로 쌀 수급을 조절하고 있다. 농경연 관계자는 “식량안보와 쌀 수급조절을 고려할 때 우리도 사료용 쌀 재배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며 “다만 사료용 쌀 역시 보조금 없이는 실효성이 없는 만큼 다양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소비처 발굴해야=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가공용 쌀은 연간 20만~30만t이다. 이중 술 원료인 주정용은 5만~10만t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수입쌀이다. 연간 30만t에 이르는 사케 원료를 자국산 쌀로 충당하는 일본과 대조를 이룬다. 이런 점을 감안, 문 대통령은 술을 쌀의 주요 소비처로 육성하기 위해 쌀 막걸리와 지역 특산주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산주 주세 인하, 온라인 홈쇼핑 판매 허용, 소규모 양조장 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쌀라면·쌀국수 같은 쌀가루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북도가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도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쌀가루와 밀가루 가격 차액을 일정 한도까지 지원해 업체들의 쌀가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도는 이 사업이 효과가 나타나면 정부와 협의해 전국으로 확산시켜갈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쌀가루가 밀가루보다 2배 정도 비싼데, 차액 중 70%가량을 보전해주면 식품업체에서 제품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고도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잉여물량을 대북지원에 사용하자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북지원은 남북관계가 변수지만, 가장 효과적이란 게 농업계의 중론이다. 쌀 40만t을 북한에 지원하면 국내산 쌀값이 80㎏ 한가마당 7000~8000원 오를 것이란 게 농경연의 분석이다. 수확기 쌀값이 1000원 떨어질 때마다 쌀 변동직불금이 400억원 늘어나기 때문에 직불금을 최대 3200억원(400억원×8) 절약할 수 있다. 또 ▲북한주민 구호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 ▲쌀값 안정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 ▲쌀 보관비용 절감 등의 부수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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