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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조선일보)[최저임금 도미노 파장] 최저임금 인상 충격, 농촌이 더 크다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1-12 16:01
조회
977




인건비 비중 높고 소득은 적은데 특성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올려 "인상분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경기도 이천에서 6000평(1만9800㎡) 규모로 상추·시금치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는 김남용(54)씨는 캄보디아, 미얀마 출신 외국인 근로자 등 8명과 함께 일한다. 조만간 2명을 줄일 생각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서 8명을 그대로 고용하면 연간 2747만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까진 이들에게 월 270시간 기준 174만원(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 적용)을 줬다. 김씨는 "농협에서 종자 구입비 등으로 1000만원 대출받으면, 농사가 잘돼야 원금만 간신히 상환한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은 고스란히 빚이 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편의점·식당·경비원 등 서민 고용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그 충격은 농업·농촌에서 더 크다. 농업 소득은 10년 넘게 가구당 1000만원 안팎으로 제자리걸음이다. 노동 집약적인 농업 특성상 인건비 증가는 농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농민들은 "시급을 좀 덜 주고 마을 사람을 고용하고 싶지만, 불법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도·농 간 소득 격차와 노동시장 특성을 반영해 업종별 또는 지역별로 최저임금 수준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농민들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하던 사람 자르고 가족을 총동원하고 있다" "걸려서 벌금을 물더라도 불법 체류자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씨처럼 비닐하우스를 통해 농한기 없이 1년 내내 농사를 짓는 시설 채소 농가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 부담은 더욱 심하다. 정부에선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영세 사업주에게 고용 근로자 한 사람당 월 13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농가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늘어나는 비용이 이를 훨씬 웃돌기 때문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최저임금 상승분에 퇴직금 증가분 등을 더하면 월 30만~4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북 상주에서 1만평(3만3000㎡) 규모의 포도·복숭아밭을 경작하는 안영이(여·62)씨는 "매일 10명을 썼는데, 이번 최저임금 인상 이후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농사짓던 땅을 내놨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2만평(6만6000㎡) 규모로 열무 같은 잎줄기채소를 재배하는 선학경(41)씨도 "채소값이 떨어진 데다가 최저임금 인상까지 덮쳐서 이번 겨울은 더 힘들다"며 "당장 3월에 심어야 할 씨를 외상으로 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같은 영세 사업주를 위한 대책으로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 자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자리 안정 자금 신청, 도움 안 돼"

일자리 안정 자금은 월 임금이 190만원 미만인 근로자를 고용한 영세 사업자에 한해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농가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나는 비용이 퇴직금 증가분을 포함해 한 사람당 30만~40만원 수준이라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올 한 해 동안만 지원된다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또 노동자를 5명 이상 고용한 농가의 경우 고용보험을 필수로 가입해야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데, 농번기에만 사람을 쓰는 농가의 경우 가입 절차가 번거로울뿐더러 가입 후 보험료 부담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신청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일자리 안정 자금 신청 건수는 1000건에도 못 미쳤다. 30명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299만8000명에 달한다.

농가에선 외국인 근로자만큼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선학경씨는 "적어도 외국인 근로자들에겐 비교적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결코 착취하는 게 아니다"라며 "외국인 근로자들은 보통 월급 대부분을 자국으로 보내는데 그곳 임금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에서 받는 임금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노동자를 고용한 김남용씨도 "캄보디아의 경우 최저임금에 따른 한 달 월급을 한화로 환산하면 18만원 수준"이라며 "작년 최저임금으로 해도 한국에서 버는 돈이 자국 월급의 10배에 달한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2017년 국내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4만8300명이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비자를 받고 들어와 최저임금 적용을 받고 있다.

◇외국은 업종·지역별 최저임금액 차등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주요국들은 한국과 달리 지역과 업종별로 최저임금액을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물가 수준이 제각각인 지역별 상황과 함께 근무 형태나 강도가 천차만별인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역과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이 다르다. 현행 시간당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는 958엔(약 9190원)인 반면, 가장 낮은 오키나와는 737엔(약 7070원)이다. 같은 지역에서도 산업별 최저임금은 또 다르다. 일본 공업지대 아이치현의 경우 제철업 최저임금은 941엔(약 9020원)이지만 농업은 871엔(약 8350원)을 적용받는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280개의 최저임금이 존재한다.

전문가들도 최저임금에 차등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2016년 농림어업 분야 최저임금 미만율은 46.2%로 전체 산업 평균(13.6%)보다 월등히 높다. 농림어업 종사자 중 절반 가까이 최저임금 수준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 교수는 "예컨대 서울과 강원도만 봐도 소득 기회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수도권 중심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맞춰선 안 된다"고 했다.

한국처럼 단일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의 최저임금제는 2015년부터 시행됐다. 최저임금제 시행 전 '하르츠 개혁' 등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의 유연성을 어느 정도 달성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현재의 한국 상황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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