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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갑’이 된 외국인 노동자…인건비 못 잡으면 “농사지을수록 손해”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2-04-15 09:09
조회
24

새정부 농정 5년, 좌표를 세우자
③농업경영 위협 1순위 ‘인력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농업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치솟아 농업경영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농업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치솟아 농업경영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농업 노동력 부족과 이로 인한 인건비 급등이 농업경영을 흔드는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농번기 부족한 인력을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고 있던 농촌은 코로나19가 3년째 이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제때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거나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진 농민들은 농사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농업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당장 나서야 하는 이유다.

#농업·농촌은 갑을병정의 시대

인력사무소가 정해주는 대로
농작업 일정 조정 불가피
일부 지역선 인건비 담합도
고의적 태업, 무단이탈 등
외국인 노동자 갑질도 심각

“농민이 을이라고 표현하는 건 옛말입니다. 지금은 철저하게 을에 미치지도 못하는 정이 됐습니다. 인력이 부족한 농번기 농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갑이고, 인력사무소가 을인 상황입니다.”

경기 포천시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A씨는 최근 한 달 동안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진행되는 묘삼 이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인력 구하기’였기 때문이다. 이식은 사람 손으로 하기 때문에 인력이 많이 요구되는데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이 없고, 고령층도 이제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온전히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쳐 외국인 노동자의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기존에 출입국 사무소를 통해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는 비자 갱신을 위해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남은 방법은 불법 외국인 노동자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지역의 인력사무소를 찾아 인력을 요청했는데 돌아오는 건 이식 날짜를 정해줄 테니 기다리라는 답변뿐이었다.

A씨는 “농작업이 다들 비슷한 시기에 몰려있다 보니 인력사무소에서 배정해주는 대로 농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코로나 이전에는 이식이나 수확철에 인력사무소 대표들이 밭에 찾아와 잘 봐달라고 인사를 하고 다녔다면 이제는 정반대가 됐다”고 말했다.

인력사무소의 횡포가 더욱 심한 지역도 있었다. 전북 고창에서 복합농을 하는 B씨에 따르면 지역의 인력사무소들은 가격을 담합하고 있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당을 일정 수준으로 올려놓고 신규로 진입하는 인력사무소들이 일당을 낮게 책정하면 지자체에 ‘불법 알선’을 신고하는 형태로 영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계속 일당이 높아지자 농업인들이 지자체에 단속을 건의했지만 오히려 지자체에선 불법 영업을 하는 인력사무소들을 단속하게 되면 지역에 인력 공급이 끊기고 농작업이 중단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고창지역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전만 하더라도 남성 인력의 하루 일당은 9~10만원이었지만 15만원(4월 초 기준)까지 치솟았고, 여성 인력의 일당도 과거 7만5000원에서 13만원까지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다보니 고용허가(E-9)나 계절근로(C-4, E-8) 등을 통해 정식으로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들도 농업인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거나 기존의 일터를 떠나 불법 노동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B씨는 “이제는 외국 노동자들도 농업·농촌에 자신들이 아니면 일 할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이를 악용해 고의적으로 태업을 하거나,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거나, 무단이탈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어쩔 수 없이 인력을 써야 하는 농민들은 농사지을수록 손해인 줄 알면서도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윤 당선인 농업인력 공약과 과제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지원”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활성화
인력사무소 횡포 견제해야
외국인 숙소 지원사업 확대
인건비 직접지원방안 찾길

상황은 이렇게 심각하지만 대선 당시 윤석열 당선자가 내놓은 농업인력 공약은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농가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 △외국인근로자의 숙소, 보험, 교통 지원 △외국인 근로자 단기취업비자제도 개선 정도다. 현 정부에서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보강하는 수준에 그쳤다.

첫 번째 공약은 농식품부가 올해 처음 시범 도입한 ‘공공형 계절근로사업’과 맞닿아 있다. 현재 충남 부여, 전북 무주·임실, 경북 고령 등 4개 지자체에서 준비 중으로, 지역농협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단기 근로인력이 필요한 농가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 공급방식을 개선해 달라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사업이다. 농식품부 신종갑 사무관은 “지난해 처음 시도했던 내외국인 파견근로 시범사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휴게시간 적용 등의 법적인 제약과 비용(4대 보험, 부가세 등) 부담 등으로 실적이 저조했다”면서 “농협은 농협법상 농업인력 중개나 공급을 할 수 있고 조세특례법상 조세감면 혜택도 가능해 공공형 계절근로제도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중심으로 공공형 계절근로가 활성화되면, 인건비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사설 인력사무소의 횡포를 견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숙박이나 교통비 등 국고 지원이 늘면 아무래도 인건비를 낮출 수 있고, 단기인력 공급도 가능해 민간 사설업체가 함부로 인건비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공공형 계절근로를 운영하는 센터에 대한 운영비 지원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한 번 올라간 인건비가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의 우려다. 보다 과감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남 나주 농업회의소 김영욱 사무국장은 “남도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하면 인력 운용에는 다소 숨통은 트였는데 인건비는 안 떨어졌다”면서 “배꽃 솎고 수정 작업하는데 11만원, 힘이 더 들어가는 고구마 심기의 경우엔 여자고 남자고 13만~14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김 국장은 “최근 베트남이나 태국 쪽 근로자들이 한국에 들어오려고 30만명 씩 대기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결국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야 인건비가 떨어지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에 더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국인 근로자 숙소기준 강화에 따른 주거 인프라 확보도 숙제다. 우선 숙소가 제대로 구비돼야 외국인 근로자 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건립 사업의 경우 올해 전남 해남·담양·무안·영암군, 충남 부여·청양, 경북 영양, 전북 진안 등 8개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데, 관련 사업예산이 양적·질적으로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의 농작업 지원단이나 남해군처럼 농작업자 인건비의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요구도 높다. 충남도는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도내 전 농협에서 농작업 지원단을 운영, 교통비·간식비 명목으로 작업자 1인당 8000원을 지원, 농가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남해군은 이보다 더 획기적인데, 농가는 인건비 중 4만원만 자부담하면 된다. 농가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재정당국의 반대는 넘어야 할 벽이다.

이밖에 농어업 분야에서 5년간 성실히 계절근로자로 일한 외국인 중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이들에게 농어업 숙련인력(E-7-5) 체류비자나 농어업 이민비자를 허용하자는 논의도 나온다.

#지자체는 지금/충남 부여군
“행정-농협 합심, 일손 걱정 더는데 집중”

지난해 농업인력지원팀 신설
공공형 계절근로 준비 착착
외국인 기숙사 건립도 박차



충남 부여군은 시설원예 주산지다. 농업경영체에 등록한 1만3700농가 중 시설원예 농가가 4000여 농가가 넘고 재배면적도 2000ha(605만평)에 달한다. 주요 품목은 수박, 멜론, 방울토마토, 딸기. 부여는 양송이 버섯으로도 유명한데 전국 점유율이 65%로 최대 규모다. 밤도 전국 생산량의 23~24%를 차지, 공주보다 많다. 그만큼 사계절 농업인력이 상시적으로 필요한 지역. 때문에 코로나19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이에 부여군은 지난해 농업정책과내에 농업인력지원팀을 신설, 농업인력 확보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그 결과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공공형 계절근로’ 시범사업 수행 지자체로 선정됐고, 5월 초부터 필리핀 세부 코르도바시에서 150명의 계절근로자가 들어온다. 이중 100명은 농가에 1:1로 매칭하고, 50명은 부여 세도농협에 배치돼 ‘공공형 계절근로’로 운영할 예정이다. 농업정책과 서장원 과장은 “코로나 전에 인건비가 보통 남자는 10만원, 여자는 7만~8만원 선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농번기 때 남자가 최고 14만원, 여자는 11만원까지 뛰었다”면서 “지금 농촌에서 농민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인력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형 계절근로는 중소농, 고령농 중심으로 농업인력이 필요할 때, 단기간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면서 “숙박 시설 확보나 관리 등에서 어려운 점도 많지만, 지금으로선 행정과 농협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계절근로자의 경우 시군에서 직접 해외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면서 “고용허가제처럼 중앙부처의 적극적인 역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부여군은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건립사업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 공모사업에서는 50명 규모의 ‘마을형’으로 선정돼 총 15억원의 국비를 확보했지만, 군 차원에서 예산을 추가로 더 확보해 100명까지 수용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올해부터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1순위로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문제를 올려 예산 확보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서 과장은 “농민들이 인력 문제를 해결 못해 농사를 포기하고 다 떠나면 지방소멸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다른 예산을 좀 줄여서라도 부족한 농업인력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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