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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한겨레신문)농민에겐 장밋빛 공약조차 없다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7-07-06 21:05
조회
1159
[한겨레]?안보·청년에 밀려 농정공약 뒷전

문재인·안철수 10대 공약 후순위

홍준표·유승민은 살짝 언급 정도

심상정만 TV토론회서 “쌀값 인상”

농민 “후보 눈에는 우리가 안보이냐

다른 나라 선거를 치르는 것 같다”




“후보 눈에는 농민이 안 보이는 모양이여.”

30일 오후 농민 김정섭(54)씨가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유앵마을에 나붙은 대선 후보자 벽보를 보며 한마디 했다. 김씨는 “다른 나라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옆에서 최영추(64)씨도 “테레비 토론을 여러 번 했는데 우리 이야기는 눈곱만큼도 나오지 않는다”고 맞장구를 쳤다. 권용식(54) 보성군 농민회장은 “요즘 모판을 만들고 고추를 심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 어쩌다 막걸리를 나누는 자리라도 생기면 갈수록 초라해지는 신세를 한탄하며 울화통을 터뜨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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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농민수당 도입’ 등 ‘10대 농업혁명 요구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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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농민들은 2015년 11월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 보성역에서 1년 4개월을 버티며 농정개혁을 다짐했다. 지난해 촛불이 번지자 전국에서 농기계를 몰고 서울로 올라오는 ‘전봉준 투쟁단’에 합류하기도 했다. 촛불에선 주역이었지만 막상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홀대를 받자 서운함이 어느 지역보다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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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에서 후보와 정당은 농정공약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 왔다. ‘반값 농기계’(김영삼 후보), ‘농가부채 탕감’(김대중 후보)을 거쳐 ‘쌀값 21만원 보장’(박근혜 후보)까지 다양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쌀 개방을 막겠다”고 공약했다가 1995년 쌀 시장을 부분 개방해 큰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보, 복지, 노동, 청년 등 현안에 밀려 농정공약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농민들은 “숫자가 250만명으로 국민의 5% 수준으로 줄었다고 대선에서 찬밥 신세가 됐다”고 반발했다.

대선을 앞두고 농민단체들은 농산물 가격 보장과 수입 개방 중단 등을 담은 10대 과제를 내놓았지만 일부만 공약에 들어갔을 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농정공약의 실종은 선거공보와 방송토론 등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주요 후보 5명의 선거공보에선 문재인·심상정 후보만 원론 수준에서 작게 다뤘다. 10대 공약에서는 심 후보가 6번째, 문 후보가 9번째, 안철수 후보가 10번째로 제시했다.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세부 공약집에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방송 토론 6차례 중 5차례가 끝났지만 농촌 현실과 농업 개혁이 후보 상호토론의 주제로 떠오른 적은 없었다. 지난 28일 5차 방송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심 후보가 “농민들이 왜 우리 문제는 다루지 않나 섭섭해하실 것”이라며 “80㎏들이 쌀 한 가마에 23만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게 유일한 농정 관련 발언이었다.

후보들은 농정공약 토론에 참여해 달라는 초청을 받아도 고개를 가로젓기 일쑤였다. 지난 10일 ‘농민의 길’이 서울역에서 연 전국농민대회에는 초대받은 6명의 후보 중 심 후보와 김선동(민중연합당) 후보만 참석했다. 지난 1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농식품정책학회가 서울 농수산식품유통센터에서 마련한 정책토론회에는 홍 후보 쪽이 일정이 바쁘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이종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은 “농민단체들은 밥 한 공기가 껌 한 통 값보다 싼 쌀값을 정상화하는 것이 농정개혁의 시험대라고 여기고 있다. 80㎏들이 쌀 한 가마 값을 현재 목표값 18만8000원(시중값 14만4000원)에서 5년 안에 24만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보지만 대부분 모호한 답변을 하거나 아예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농업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의 다원적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쪽으로 철학과 발상을 바꾸라는 지적도 나왔다. 참모들이 작성하는 서류에만 농업·농민·농촌을 넣지 말고 후보가 국민 앞에서 직접 농업에 대한 구상을 밝혀야만 농민의 믿음을 살 수 있다는 충고도 이어진다.

박진도(64) 지역재단 이사장은 “농업은 식량·환경·지역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이런 공익적 기능에 대해 정부가 직불금 등으로 보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후보들이 농업을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농촌 없이 나라 없다. 성장주의 관점으로는 농정의 현안들을 풀 수 없다. 생산·소비 등 여러 분야의 대표들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농정을 다루고, 헌법에 다원적 기능과 가치에 대한 지원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농민들은 ‘촛불 국면에서 농정개혁의 과제들을 정치적 협치나 사회적 연대로 풀지 못하는 역량의 한계를 보였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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