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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기획/르포/인건비 감당 어려운 농어촌..최저임금 상승하면 인력 감축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7-12-18 09:28
조회
1037




내년 1월 최저임금 인상되면서 농어촌도 자구책 마련에 비상
수산물 가공업체는 임금 인상되면 단가 맞추기 위해 인력감축 검토
파프리카 생산 농가는 무료로 제공하던 숙박 유료화 할지 검토
고액 일당으로 인력 쓰던 농가도 임금 인상 요구 나올까 전전긍긍





14일 경남 거제시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직원들이 고등어 통조림을 만들고 있다.송봉근 기자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큰 농어촌도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인건비가 인상되면 생산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인력 감축이나 자동화 등 갖가지 자구책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다.

지난 14일 경남 거제시의 A수산. 이곳은 미국과 일본 등에 굴통조림 등을 수출해 한해 200억~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체 150여명 중 내년 최저임금 인상 대상(4대 보험 가입 및 월급 190만원 이하 )이 되는 근로자는 주로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90여명이다. 생굴이 한창인 11월~2월까지는 가격이 비싸 굴통조림은 가격은 싸지만 굴 크기가 가장 큰 3월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그래서 이날 근로자들이 대기업으로부터 주문받은 고등어 통조림을 굴 통조림 대신 생산하고 있었다.




굴통조림 비수기에는 대기업에서 주문 받은 고등어통조림 등을 생산해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있다.송봉근 기자


이들은 평균 130만 원대의 임금을 받고 있는데 내년에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오르면 150만 원대 이상을 받게 된다. 회사 측은 인상률은 16%대라도 퇴직금과 수당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인상률은 20%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1인당 연봉이 300만원 가까이 오르면서 회사 측 입장에서는 연간 3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모(44) 부사장은 “1960년대 아버지께서 양식업을 처음 시작해 현재 굴통조림 가공공장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는데 얼마 전 아버지께서(현 사장) 사업이 심각한 기로에 섰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20여개의 굴통조림 공장이 있었는데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산 통조림이 세계시장을 거의 다 장악하면서 현재 우리를 포함해 3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생존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고등어 통조림을 만들고 있는 모습. 송봉근 기자


A수산은 현재 미국 시장에 85g 굴통조림 한 캔을 1000원에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사실상 이익이 거의 남지 않지만, 중국이 같은 크기의 굴통조림 한 캔을 600원 정도에 판매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저가 납품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상승으로 생산비가 오르면 수출 단가도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중국 상품과의 경쟁력이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현재는 그나마 청정이미지 때문에 중국보다 가격이 좀 더 비싸도 우리 굴통조림이 미국 백화점 등에서 팔리고 있다”며 “하지만 가격이 더 높아지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어서 결국 생산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는 인력 감축이나 자동화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는 원래 내년에 채용 규모를 더 늘리고 연구·개발 쪽으로 발전방향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확정되면서 신규 채용은 전면 중단하고 전기료 등 고정 비용이나 인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거의 매일같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이월면 에덴농장영농법인 창고에서 한 근로자가 파프리카를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진천군 이월면에서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하는 정충호(39) 에덴농장영농조합 대표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에덴농장은 2만3100㎡(7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연중 파프리카를 재배해 팔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12~13명이 농장에 상주하며 파프리카 순 따기 등 관리와 수확ㆍ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6470원)을 적용해 근로자 한명에게 월급 146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주문량이 많아 추가 작업을 할 경우 특근 수당 등을 준다. 인건비로 연간 2억2000~2억5000만원을 쓰고 있다. 이 농장 파프리카 연간 매출의 약 15~20% 수준이다.

정 대표는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농장 근로자 월급이 160만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간 인건비가 10% 이상 높아지는 것인데 전기세와 시설보수 비용, 자재비, 비료값 등 고정지출 비용은 줄일 수 없어 이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농산물 시세 변동에 따라서 매출액이 오르내리는 농업계에서 최저임금 상승은 큰 골칫덩이라고 했다. 그는 “농업 분야에 맞는 급여(최저 임금)를 정부에서 별도로 책정해주거나 기본급을 보전해 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근로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숙식비를 따로 받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에덴농장영농법인 비닐하우스 안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외국인 근로자들이 파프리카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법정 최저임금보다 일당을 배나 쳐주는 다른 농촌 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농어촌은 수확 철에 한시적으로 일당 개념으로 돈을 주고 사람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된 일부 지역은 작목별 수확기마다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 근로자 일당도 치솟은 지 오래다. 이들은 직접 최저임금 인상 대상은 아니지만 이런 근로자를 구하는 농어민들도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김덕형(56)씨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수확철 인부들의 임금이 크게 오를 것을 우려하며 양파밭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덕형씨가 자신의 양파밭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농어촌에서 일하는 인부들 일당 인상 요구도 있을 겁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 속에 막막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전남 무안군 몽탄면 양파밭. 밭주인 농민 김덕형(56)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사상 최대로 오르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남 일 같지 않아서다.

약 6만6000㎡ 규모로 양파 농사를 짓는 김씨는 매년 수확철인 5월부터 6월 사이 한 달간 매일 인부를 쓴다. 하루 평균 10여 명의 인부에게 일당으로 15만원 안팎의 돈을 주고 양파 수확을 맡긴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기계로 수확을 하면 양파에 상처가 날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인부를 고용한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서 생산한 양파들. 프리랜서 장정필


김씨를 비롯한 양파 농민들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현재도 부담스러운 일당이 인상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사 규모를 줄이거나 수확량이 감소하더라도 점차 기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양파 수확철 무안 인력 시장도 활기를 잃을 것이라는 게 농가들의 생각이다.

농민들은 최종 피해가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미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올라간 임금을 감당하려면 양파값 인상을 피할 수 없어서다. 무안은 국내 최대 양파 산지다. 통계청과 무안군에 따르면 총 1742개 농가가 2860㏊ 면적에서 양파 농사를 지어 연간 15만2925t을 생산한다.


지난해 산지 기준 20㎏들이 양파 한 망은 약 1만5000원~2만원 선에 거래됐다. 최저임금의 갑작스러운 큰 폭 인상과 함께 이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농민 김씨는 “인부 일당이 오르면 양파 값도 비싸져 최종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남도연합회 관계자는 “양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낮은 국산 농산물 가격, 수입산 농산물 등으로 힘겨운 농촌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6일 김덕형씨가 자신이 생산한 양파를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충북 괴산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임금택(59)씨는 지난 가을배추 수확 작업에 인부 30여 명을 썼다. 이들 중 한국인 근로자는 일용직으로, 외국인계절근로자 5명은 월급 160만원을 주고 고용했다. 임씨는 “배추 박스를 들고 기계를 다루는 남자는 일당 15만원, 배추를 손질하는 여자는 7~8만원을 준다”며 “배추를 따고 절임배추를 수확하는 두 달여 동안 인건비로만 2억4000만원이 들었다. 절임배추 매출의 절반가량을 인건비로 썼는데 내년엔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이 오르면 농촌 지역은 전년도 일당의 최소 10%, 크게는 20~30%까지 뛰는 경향이 있다”며 “땅을 놀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삶의 질 정책연구센터장은“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를 위한 제도다. 따라서 농어촌 지역 노동자들에게는 큰 혜택이 될 것이다”며 “하지만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경영주 역할을 하는 법인형 사업체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도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인력감축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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