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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한국농어민신문)“청년 유입보다 정착·자립이 중요…지역사회서 대안 찾아야”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1-11-02 09:38
조회
7

KREI 생생현장토론회ㅣ지방소멸 위기를 기회로, 농촌에서의 새로운 도전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왼쪽부터 신소희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연구원, 권기효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대표, 김정혁 삶기술학교 대표왼쪽부터 신소희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연구원, 권기효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대표, 김정혁 삶기술학교 대표

“농촌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그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 모두의 문제이고, 거기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문제이며, 앞으로 농촌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문제다. 농촌지역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한 채, 청년만 들어오면 뭔가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해선 안된다.”
(신소희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연구원)

“농촌으로의 이주를 꿈꾸는 도시 청년들에게 지역은 ‘로컬’이라고 불리는 기회의 땅인데, 지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에게는 여전히 떠나야 될 지방일 뿐이다. 이 간극을 메우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 안에서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권기효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대표)

“청년들이 농촌으로의 이주를 감행하는 건 도시에서의 삶이 각박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적 경계가 낮을 거라고 생각했던 농촌도 막상 접근하려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봉사도 하고, 기부도 하고, 다양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지역민들은 청년들을 외부인으로 인식한다. 그걸 어떻게 깰 것인지가 가장 큰 숙제다.”
(김정혁 삶기술학교 대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26일 충남 서천군 한산면주민자치센터에서 ‘지방소멸 위기를 기회로, 농촌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KREI 생생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26일 충남 서천군 한산면주민자치센터에서 ‘지방소멸 위기를 기회로, 농촌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KREI 생생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와 청년 실업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도시 청년의 지방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사업이 크게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청년마을만들기 지원사업’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가치 창업가(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에서 살아보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농촌에는 청년이 없고, 어렵게 진입한 청년들의 정착과 자립은 녹록치 않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토착민들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책의 초점이 외부 청년 유입에 맞춰지면서 정작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원장 김홍상)이 ‘지방소멸 위기를 기회로, 농촌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지난 10월 26일 충남 서천군 한산면주민자치센터에서 개최한 ‘KREI 생생현장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서천군의 ‘삶기술학교’ 운영 사례와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청년들의 자립공동체 ‘삶기술학교’

다양한 사업으로 청년 정착 성공한
서천 ‘삶기술학교’ 사례와 같이
지역주민-청년 상생모델 구축이 핵심
역량있는 운영자그룹 육성 급선무

이날 토론회에서 청년마을 우수 사례로 소개된 서천군 ‘삶기술학교@한산캠퍼스’는 도시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작은 시골마을인 한산면에서 ‘자신만의 삶 기술’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 지역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삶기술학교 김정혁 대표는 충남지역을 중심으로 문화 콘텐츠사업을 기획해 온 청년기업 ㈜자이엔트의 대표이기도 하다. 자이엔트는 2013년 천안아산 지역의 대학생들이 “지역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은데 지역에는 다니고 싶은 일자리가 없어” 창업한 소셜벤처로, 공연이나 축제, 농산물 브랜딩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일을 해왔다.



김정혁 삶기술학교 대표가 2017년 한산으로 귀촌, 2017년 빈집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 ‘노란달팽이’김정혁 삶기술학교 대표가 2017년 한산으로 귀촌, 2017년 빈집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 ‘노란달팽이’

김 대표가 한산면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 ‘한산모시짜기’ 축제기획을 맡으면서부터다. “한산 소곡주와 모시의 고장으로, 전통문화 자원이 풍부해 매력적”이었다는 그는 이듬해 아예 한산면으로 귀촌을 한다. 그는 전통가옥을 개조해 ‘노란달팽이’라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고, 이곳은 청년기획자들이 모일 수 있는 아지트가 됐다. 여기서 구상한 ‘삶기술학교’가 2019년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만들기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한산면은 본격적으로 외지에서 온 청년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삶기술학교’을 구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식, 코인 등에 투자해서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청년들도 있지만, 적게 벌더라도 삶의 질을 높이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은 청년들도 있다. 그런 청년들에게 다양한 삶의 기술을 익히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고, 그들이 지역의 자원과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성장, 지역의 인재로 남는다면 굉장한 변화가 가능하리라 판단했다.”

실제 지난 2년간 삶기술학교에 입학한 도시청년 196명 중 63명이 한산면에서 활동하거나 정착하는 성과를 거뒀다. 옛 다방 자리에는 카페·리빙랩 ‘한산한 오늘’이, 아성대장간 옆에는 메이커스페이스 ‘별별소리’가, 인쇄소가 있던 자리엔 독립서점·사진관 ‘기억상사’가 들어섰다. 미술교습소 ‘그림한담’, 생태동물카페 ‘함께쓰담’, 공유식당 ‘마로스키친’ 등 새로운 공간들도 생겼다. 지역주민들이 한산면의 빈집과 유림회관, 오래된 대장간 등 유휴공간 19곳을 개방해 준 덕분이다.

청년들은 1500년 전통의 한산 소곡주를 청년의 감각으로 리브랜딩해 온라인 홈술 시장을 공략하거나, 한산모시를 활용한 패션상품을 기획, 판매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주민들과 함께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서광장여관을 ‘마을호텔’로 리모델링, 청년들의 주거공간이자 관광객을 위한 숙박업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휴공간이던 한산유림회관은 비대면 업무와 교육이 가능한 ‘디지털 노마드 언택트센터’로 리노베이션 중이다.

김정혁 대표는 “지역주민과 청년들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자 가장 어려운 점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청년들을 외부인으로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꿔낼 것인가가 사업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면서 “지역개발이나 공간에 대한 투자보다는 진정성과 열정, 역량이 있는 운영자그룹을 키우는 일에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깐 / 행안부 ‘청년마을만들기 지원사업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청년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은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에게 지역자원을 활용한 일거리, 주거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거주·창업·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지역특산물과 전통사업 등에 갖고있는 아이디어를 더해 창업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골자다. 선정된 마을에는 5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2018년 목포 ‘괜찮아마을’을 시작으로 2019년 서천 ‘삶기술학교’, 2020년 문경 ‘달빛탐사대’가 선정됐고, 올해는 12개소로 대폭 확대, 총 15곳의 청년마을이 조성 중이다.



◆유입보다 자립·정착 도움이 중요

‘무엇을→누가, 어떻게’로 관점 바꾸고
신중년·중장년 아우를 정책 모색
국고보조·공모 벗어나 지방주도성 확대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보통의 삶’ 살아갈 수 있게 해줘야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지역 혁신의 주체로서 청년세대의 유입은 매우 중요하다”는데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지역사회와 청년들을 연계하는 연결망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지, 좀 더 세밀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농촌이주청년 지원방안’에 대해 발표한 신소희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연구원은 “자원이 한정적인 농촌에서 최근 각종 자금이 청년 개인들에게 뿌려지다보니, 청년들을 자원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경계하거나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신 연구원은 “일시적 지원이 이주청년의 시작을 도울 수는 있지만, 정착과 자립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바람막이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준비된 지역 리더들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면단위, 생활권단위의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프로젝트인 ‘지방소멸 대응대책 수립 연구’를 수행 중인 차미숙 국토연구원 박사는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사례를 봤는데, 성공의 씨앗을 확인한 사례도 있었고, 절망적이라는 느낌도 있었다”면서 “여전히 중앙정부는 ‘무엇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제 누가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오히려 갈등요인이 되고 있는 케이스가 많다”면서 “지역사회가 청년들을 지지하고 환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지나치게 청년에만 올인하는 것보다는 라이프타임을 늘려 신중년, 중장년도 고루 같이 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 해왔던 국고보조방식, 공모방식으로는 인구감소 대응시책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 지방주도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청소년과 함께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의 권기효 대표는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행복하지 않은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청년들은 그 지역에서 행복할 수 있겠냐”면서 “지역에 내려가 고군분투 하는 청년들에 대한 환대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청소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지역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많이 아는데,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잘 모른다”면서 “모두가 혁신가가 되고, 모두가 창업가가 되면 동네 슈퍼는 누가 운영하고, 세탁소는 누가 운영하나.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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