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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미국·유럽·일본 다 안하는데…한국만 ‘농산물 생산연도’ 표시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3-12-15 09:14
조회
58

해외서도 찾기 힘든 규제 
신선 과일·채소 수확된 시기에
빠르게 소비돼 부패 우려 적어
날짜 표시 자율화하거나 면제


현장 반발에도 1년 넘게 강행
“소비자도 관심 두지 않는 정보”
추가 작업비용 등 농가 부담만


모든 불투명 포장 농산물에 생산연도 표시를 의무화한 규제가 현장의 거센 반발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이유로 들지만 수확 이후 유통·소비 기한이 짧은 농산물의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이 가운데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런 비효율적인 규제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제도 개선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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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은 신선농산물 날짜 정보 표시 면제=미국·일본·유럽연합(EU)에서는 신선농산물은 날짜 정보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신선농산물 포장에 날짜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미국·일본·EU의 관련 규정을 보면 식품 포장에 요구하는 날짜는 ‘소비기한 또는 유통기한’이 보편적이었다. 우리나라처럼 농산물의 생산연도 혹은 포장일을 표시해야 하는 국가는 없었다.



미국은 연방규정집 제9편(동물 및 축산물)과 제21편(식품 및 의약품)에서 식품 표시에 관한 규정을 다룬다. 이에 따르면 영유아 조제식을 제외하고는 통일된 날짜 표시 규제가 없다. 식품 제조사·판매사가 자발적으로 소비기한 또는 유통기한을 표시할 뿐이다.

연방규정에 더해 자체적인 규정을 마련한 주도 있긴 하다. 워싱턴주·오리건주·미네소타주·미시간주·매사추세츠주·오하이오주 등 6개 주는 ‘부패하기 쉬운 식품’은 판매기한·소비기한 등의 날짜 표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한 5개 주는 신선 과일 및 채소를 부패하기 쉬운 식품에서 제외했다. 매사추세츠주는 포장하지 않거나 관능검사가 가능하게 포장된 신선농산물은 날짜 정보 표시를 면제했다.

조현경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6개 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는 신선농산물 날짜 정보 표시에 관해선 별도의 추가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모두 연방규정을 따르는 것을 확인했다”며 “6개 주도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신선농산물에 관해서는 날짜 표시에 관해 의무를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농산물의 경우 날짜 정보를 자율적으로 표시토록 한다. 일본 ‘식품표시법’에 따르면 판매하는 모든 신선·가공 식품은 상미기한(식품의 맛이 가장 좋은 기간)을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농산물은 예외로 명칭·원산지만 필수적으로 표시하면 된다.

EU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에 대한 식품 관련 정보 제공에 관한 제1169·2011호 EU 규정’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식품은 원칙적으로 소비기한 또는 상미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신선 과일과 채소는 기한 표시 의무를 면제했다.

◆우리나라만 생산연도 표시 고집…실효성 낮아=반면 우리나라는 신선농산물을 유통할 때 생산연도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식약처는 농산물을 종이상자 등 불투명 포장재에 넣어 포장할 때 생산연도·생산연월일·포장일 가운데 하나를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불투명 포장재에 생산연도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농산물 생산연도 표시를 둘러싼 논란은 2020년부터 본격화됐다. 식약처가 2020년 5월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해 투명·불투명 등 모든 농산물 포장재에 생산연도 표시를 의무화하면서다. 농산물 생산연도 표시 의무화를 두고 현장 반발이 거세지자 식약처는 이듬해 11월 개정 고시안 중 일부를 철회, 투명 포장재는 생산연도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투명 포장재의 경우 원안대로 생산연도 표시 의무화가 적용됐다. 농업계에서는 신선농산물은 가공식품과 달리 유통기한이 짧고 빨리 소비되기 때문에 생산연도를 표기하지 않아도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지만 개정 고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불투명 포장재 생산연도 표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는 ‘농산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생산연도를 표시한 불투명 포장재를 모두 소진하지 못하면 이전과 달리 이듬해 재사용이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스티커 등으로 생산연도를 바꾸려고 해도 소비자로부터 ‘택갈이’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연도 표시를 위한 작업이 추가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북 성주참외원예농협 관계자는 “참외처럼 수확 후 저장하지 않고 모두 당해연도에 소비하는 신선농산물은 생산연도 표시가 소비자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소비자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정보를 농가에 여러 부담을 야기하면서까지 표시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고 서둘러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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