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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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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강원 화천 애호박 산지폐기 현장 가보니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1-07-27 09:50
조회
14

HNSX.20210726.001312183.02.jpg애호박 주산지인 강원 화천지역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모아놓고 트랙터로 갈아엎는 등 산지폐기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외식 소비 감소와 학교 방학 등으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만큼 애호박값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외식소비·급식수요 급감…8㎏ 상품 3000원대 폭락

산지폐기 5200원, 생산비 못 건져 “보상대책 절실”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며 뼈 빠지게 키워온 애호박들인데 내 손으로 갈아엎자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가중되니 뾰족한 도리가 있나요. 20년 가까이 애호박농사를 지어왔지만 올해 같은 상황은 처음입니다.”

26일 강원 화천군 일대. 출하로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해야 할 애호박 밭은 실하게 여문 애호박들만 한데 쌓여 연둣빛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를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재배 농민들이 애호박을 향해 트랙터를 사정없이 몰았다. 육중한 바퀴에 통째로 짓이겨진 호박에서 마른 먼지가 솔솔 피어났다. 밭 한쪽에선 이미 형체를 잃고 널브러진 채 썩어가는 애호박들이 악취를 풍겼다.

화천읍 풍산리에서 1만3223㎡(4000평) 규모로 애호박농사를 짓는 김상호 작목반장(66)은 “최근 시장에서 8㎏들이 한상자당 1200원을 받아 헛웃음이 났다”며 “3년 전에도 생산량이 많아 눈물을 머금고 밭을 갈아엎었는데 그때의 악몽이 고스란히 재현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농가들이 산지폐기에 나선 이유는 소비부진으로 가격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농협과 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외식 소비가 급감했다. 여기에 학교의 비대면 수업일수 증가와 잇단 휴교, 방학 등이 단체급식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애호박값 또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실제 서울 가락시장에서 애호박값은 8㎏들이 상품 한상자당 평균 3000원대에 불과해 지난해(1만원대) 가격 대비 3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최근엔 김씨의 말처럼 한상자가 등급에 따라 1000원대까지 떨어져 거래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농가들은 수확할 때 발생하는 작업비와 상자값·운송비 등 유통에 들어가는 제비용을 감안하면 출하할수록 손해만 본다고 판단, 일제히 산지폐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썩어가는 애호박만 생각하면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는 김씨는 “앞으로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회의가 밀려온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웃농가 한준택씨(48·풍산리)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한씨는 “산지폐기에 동참한 농가에는 상자당 5200원이 지원되는데, 이 비용으론 모종값이나 비료값 정도만 벌충할 뿐 인건비 등 각종 제비용을 생각하면 손해”라며 “시장에 내놔봤자 생산비 한푼 제대로 못 건지는 상황인데 산지폐기말고 할 수 있는 게 또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장을 찾은 김명규 화천농협 조합장은 “코로나19로 각종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것처럼 농가들에도 지원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HNSX.20210726.001312182.02.jpg강원 화천지역 애호박 농민들이 산지폐기에 나서는 모습을 최문순 화천군수(맨 오른쪽)가 바라보고 있다.

인근 애호박 주산지인 간동면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송리에서 6611㎡(2000평) 규모로 애호박농사를 짓는 김인수 이장(53)은 “코로나19 탓에 가격 하락이 발생한 만큼 산지폐기로 일부 물량을 줄인다 해도 궁극적으로 소비가 늘지 않으면 가격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승암 간동농협 조합장은 “애호박은 여름철에 저장이 힘들뿐더러 단기간에 대규모 소비촉진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작물”이라며 “정부가 조속히 실질적 보상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이곳 농민들이 받는 타격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화천농협과 간동농협은 농협중앙회와 협력해 산지폐기에 앞장서는 등 애호박값 지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지폐기에 동참한 농가에는 8㎏들이 한상자당 5200원을 보상해주고 있다. 그러나 3일 만에 예산 부족으로 종료되자 우체국 쇼핑몰을 통해 애호박 특판행사를 시작했다. 특판가격은 8㎏ 한상자당 6000원이다.

화천군(군수 최문순)도 8월13일까지 공무원과 유관기관 직원 등을 대상으로 화천산 애호박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우체국 쇼핑몰 등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택배거래 때 택배비를 100%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화천군은 애호박 213t을 단계적으로 폐기할 예정이다. 이는 강원도에 할당된 모두 300t의 산지폐기 물량 가운데 71%에 달한다. 군 관계자는 “가격 하락으로 농가 시름이 커진 만큼 농협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가격 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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