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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살처분 가축, 묻으면 끝?…관리기간 지나면 ‘나몰라라’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7-11-06 09:36
조회
1204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한 가축을 묻어놓은 매몰지가 2차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충북 진천에 조성된 매몰지 모습.

가축전염병의 역습…전국이 가축 무덤<상>가축매몰지 현장을 가다

방역당국, 사후관리 소홀 표지판·시설 등 그대로 방치 썩어가는 가축 사체도 보여

“체계적 정밀조사와 관리로 2차 오염 피해 최소화해야”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사태가 18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매몰지의 사후관리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매몰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침출수가 흘러나와 토양오염이 의심된다는 자료와 주장 역시 끊임없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올 국정감사에서도 방역당국의 매몰지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농민신문>은 2회에 걸쳐 가축매몰지의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짚어본다.

1일 충북 진천군 문백면의 한 농촌마을 산 정상에 위치한 대규모 축산단지. 여느 축산단지와 마찬가지로 입구엔 ‘방역상 출입금지’란 팻말이 붙어 있었고, 인적이 드물었다. 산 정상을 넘자마자 승용차 한대 지나갈 정도로 좁은 도로 옆에 지름 10m, 높이 5m의 몽골텐트처럼 보이는 액비저장조가 자리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살처분한 가축을 묻은 매몰지였다.

매몰지 앞에 세워진 팻말은 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표지판엔 2011년 1월 구제역 발생으로 이곳에 돼지를 묻었고, 3년간 발굴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매몰지 주변을 덮은 보온덮개는 낡고 곳곳이 찢겨 겉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드러난 흙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적어도 오랜 기간 동안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듯했다.

매몰지 지붕의 상태는 더 나빴다. 투명비닐 재질의 지붕덮개는 일부가 뜯겨져 바람에 펄럭였다. 심지어 뜯긴 덮개 사이로 나오는 비릿한 악취가 코를 자극했다. 또 육안으로도 확인될 만큼 흙 속에서 썩어가는 가축사체가 보였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라도 내리면 덮개 사이로 빗물이 들어가 침출수가 넘쳐 흘러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축산단지다 보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지 않는다. 정부가 잘 관리할 줄 알았는데…”라면서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진천군 관계자는 “현행법상 관리기간은 지났지만 아직 (완전히) 썩지 않아 관리 중인데,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진천군과 인접한 경기 안성시 일죽면의 한 마을에 조성된 매몰지 상황도 비슷했다. 마을 이장의 안내로 2011년 구제역 사태 때 젖소를 묻었다는 야산을 찾았지만, 매몰지 관리가 끝나서인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농작물을 재배했던 흔적과 함께 수십개의 벌통, 불법 건축물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 이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덮개가 덮여 있었다. 일반적으로 가축사체가 썩고 나면 땅이 움푹하게 꺼지는 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몰지가 예전 그대로라 가축사체가 아직 다 썩지 않은 것 같다는 의미였다.

사후관리 기간이 끝난 같은 마을의 또 다른 매몰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돼지 3000여마리를 파묻었다는 축사 옆 액비저장조 앞엔 잡초만 무성해 외견상 매몰지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만 돼지 3000여마리를 묻은 자리 치고는 땅이 꺼지지 않아 완전히 사체가 썩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지난겨울 고병원성 AI 사태 때 묻은 가금류의 매몰지도 다르지 않았다. 충북 진천 이월면의 한 오리농장은 1만여마리를 살처분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농장은 을씨년스럽게 텅텅 비어 있었다. 대신 농장 끝자락에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저장조 3개만 덩그러니 있었다. 저장조는 지상 위로 1.5m 가까이 올라와 있는 채로 묻혔고, 주변 흙 정지작업도 엉망이었다. 심지어 농장 밖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혐오감을 줬다. 이 농장주는 “당시 시간이 급박했던 터라 농장 안에 묻기 바빴다”며 “주변 정리도 나 혼자서 다했다”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매몰지에 대한 철저하고 체계적인 정밀조사와 방역관리를 실시해 환경오염 등 2차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3년 후 관리해제…사후대책 ‘전무’

4799곳 중 4781곳 해제돼 매몰후보지는 상당수 부적합

악성 가축질병 발생으로 살처분한 가축매몰지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2011년 4799곳을 시작으로 2014년 419곳, 2015년 311곳, 2016년 396곳, 2017년 1~4월 124곳 등 최근 8년간 6049곳의 매몰지가 조성됐다. 이 가운데 6~7년이 지난 매몰지 4799곳 중 4781곳은 최장 5년 동안 사후관리한다는 현행법에 따라 관리해제되거나 소멸처리됐다. 나머지 18곳을 포함해 모두 1268곳은 농식품부가 여전히 관리 중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매몰지는 통상 3년, 길어야 5년간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이 기간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관리대상에서 해제된다는 점이다. 이후 발생하는 문제는 사실상 확인이 어렵다는 의미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병)은 “관리기간이 지난 매몰지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사후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가축사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 토지로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체가 썩어 추가적인 오염 발생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리대상에서 해제된 매몰지에 대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가축질병 발생 때 사후처리를 위해 마련한 매몰후보지 선정도 문제다. 농식품부가 최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에게 제출한 ‘매몰후보지 현황’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마련한 매몰후보지는 833곳, 4774만3558㎡(1440여만평)에 이른다. 이는 축구장 6000여개를 합친 것보다 더 넓다. 하지만 현장조사 결과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하천이나 도로 바로 옆에 있어 매몰지로 적합하지 않은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마당이나 다세대주택 바로 뒤편이 매몰후보지로 등록된 경우도 있었다. 현행법상 매몰지로 적합한 장소는 ▲하천·수원지·도로 등에서 30m 이상 떨어진 곳 ▲유실·붕괴 등의 우려가 없는 평탄한 곳 ▲침수의 우려가 없는 곳 등이다. 위성곤 의원은 “농식품부는 즉각 실태조사를 하고 법령에 어긋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성·진천=김태억 기자 eok112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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