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농업인 기준 설정’ 연구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대체 누가 농민인가.’

지난해 5월 공익직불제 첫 시행과 함께 ‘소농직불금’이 신설되고, 전국 광역·기초단체를 중심으로 농민수당 조례 제정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누가 농민인가’에 대한 질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1000㎡ 이상 농지’만 있으면 손쉽게 ‘농업경영체’ 등록이 가능해 비농민이어도 정책 수혜 대상자가 되는가 하면,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왔지만 법이 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정책 대상자에서 누락되거나 배제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충남 마을농지 소유 및 이용실태에 따른 개선과제’ 연구를 통해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받았던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후속 연구로 김기흥·이도경 연구위원과 함께 ‘충남 농정대상자인 농업인과 농민의 개념 및 기준 설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강 연구위원은 “법률과 공식문서에 있는 농가, 농업인, 농업경영체의 기준과 현실에 있는 ‘농민’간 괴리로 인해 정작 정책 지원을 받고 보호받아야 할 정책대상자들이 제도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면서 “현행 농업경영체로 등치되고 있는 농업인 개념과 기준에 대한 보완을 통해 진짜 농업인, 진짜 농민을 제대로 가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느슨한 기준 탓 '가짜 농민' 양산
진짜 농민은 정책 배제 부작용

1000㎡ 이상 농지만 인정하는
농업경영체 등록제도 개선 시급

불법임대차 양성화 방안 모색
마을단위 관리조직 등도 필요

◆느슨한 농업인 기준, 가짜 농업인 양산=통계청이 집계한 2019년 기준 전국의 농가 수는 100만7158호다. 농가인구는 224만4783명. 그런데 농업경영체 등록 농가 수는 168만6068명에 달한다. 농가 수보다 무려 67만8000호가 더 많다. 이러한 수치의 차이는 단순한 통계적 오류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공익직불금을 수령한 농가 수는 총 112만1000명. 농업경영체로 등록돼 있지만 직불금 혜택에서 제외된 농민이 56만여명이 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강 연구위원은 법률상 느슨한 농업인 기준과, 불법 임대차가 만연한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농업경영체 등록제도의 문제점을 꼽았다.

현재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상 농업인은 ‘1000㎡(300평) 이상의 농지를 경작하거나, 농산물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이거나,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면 된다. 이 중 한 가지 조건만 만족하면 국가가 법률적으로 인정하는 농업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0㎡ 이상의 농지’가 농업인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현행법상 농업경영체 등록을 해야 모든 정책사업 참여가 가능한데, 농업경영체 등록을 위해선 ‘1000㎡ 이상의 농지 소유 혹은 합법 임대차(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한 농지임대)’가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강 연구위원은 “법률상 느슨한 농업인 기준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누구나 진입할 수 있어 농업인으로 보기 어려운 사람이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양산하는 단점이 있다”면서 “특히, 실제로는 경작면적만을 인정하가 때문에 농지 임대차가 절반이 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결국 농업인이지만 정책대상으로부터 소외되거나 누락되는 농업인이 발생하고, 농업인이 아니지만 정책 대상에 포함되는 현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농민과 농업인 기준 다시 세워야=강마야 연구위원은 농민, 전문가, 행정그룹을 대상으로 한 FGI(표적집단면접법), 집담회, 자문회의와 마을주민 전수실태조사 등을 통해 농업인·농민에 대한 기준 설정을 위한 핵심쟁점사항을 도출했다.

△실제 거주지와 서류상 거주지 불일치 문제, △1000㎡ 경작면적 기준의 적정성 문제, △여성농업인의 법적 지위 미인정 문제, △농업경영체와 농업인 불일치 문제, △현행 농지 임대차에 대한 문제, △은퇴농 및 고령농에 관한 문제 △국세청에 소득이 안 잡히는 수준에서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가진 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 △정보 경차에 관한 문제 △공익기능 개념의 부정확성과 모호험에 대한 문제 등이 논란이 됐다.

강 연구위원은 “핵심쟁점사항 하나 하나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비교적 먼저 합의할 수 있는 사항부터 논의해 가면서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고 농업계 내부의 숙의, 소통과 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 연구위원은 농업경영체에 등록되어야 농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농업경영체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데, 농업경영체 제도 개선에서 중요한 전제조건은 '농지제도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농업경영체 등록 첫 단계부터 경작사실확인서, 임대차계약서 등 농지와 관련된 서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하지 않고 임대차 거래를 하는 불법임대차 농지의 양성화를 위해 제도권으로 유인하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국단위 필지별 정보파악을 위한 전수실태조사를 통해 부재지주 농지, 미경작 상속농지, 계약서를 쓰지 않는 불법 임대차농지, 실경작자 및 실소유주 불일치 농지 등을 파악하고, 계약서 기반이 아닌 임대차농지 자율신고제 도입과 미경작 상속 및 증여농지를 공공 매입한 후 농지공유제 실행 등도 촉구했다.

읍면 단위, 혹은 마을단위의 자체 관리조직인 (가칭)마을농지-사람위원회 혹은 (가칭)마을농업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마을주민들은 마을 내 농민이 누구인지, 농업인이 누구인지 제일 잘 알기 마련이며, 외부의 관리감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현장에 있는 다수에게 위임하자는 것이다. 기존에 마을단위 영농회, 마을회, 농지심의위원회 등의 기구가 있다면 이를 재정비해서 활용하거나, 시군별 농업회의소 활용도 가능하다.

강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각종 위원회는 행정이 주도해 왔기에 형식적인 운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면서 “이 위원회가 과거의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이 참여하고 주도하되 법률과 제도적인 권한을 인정하고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