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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농민신문)[농민포럼] 쌀 생산조정제 성공의 조건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7-11-01 09:58
조회
1051

쌀값이 떨어질수록 농민들은 더 많은 생산에 매달렸다. 그렇지만 쌀값이 떨어졌다고 소비가 늘지 않았고 농민들의 생산이 줄지도 않았다.

일반적인 경제논리에 의하면 물건값이 떨어질 경우 수요가 증가하고 생산은 줄어야 한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쌀을 시장에 맡긴 것이 쌀문제를 키웠다. 국방을 시장에 맡기자는 사람은 없는데 식량은 왜 그렇게 쉽게 시장에 맡기자고 하는가.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명의인 편작(扁鵲)에게는 형이 두명 있었다고 한다. 편작은 큰형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고, 그다음은 작은형이고, 자신은 가장 하수라고 평가했다.

큰형은 병이 오기도 전에 예방해서 집안 사람들만 알고, 작은형은 발병 초기에 치료해서 동네 사람들만 알고, 편작 자신은 병이 위중해진 다음에야 치료하기 때문에 전국에 유명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쌀 생산조정제도 이런 이치로, 쌀문제가 위중해지기 전에 정부가 생산단계부터 조정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렇지만 약도 제대로 사용하면 좋은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쌀 생산조정제는 대체작물의 가격폭락에 대한 우려와 일시적 단기적 처방이라는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쌀 생산조정제가 국내산 곡물로 외국산 곡물을 대체하고, 식량 자급기반을 마련하는 장기적인 대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부작용보다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다.

조사료용 옥수수 수입량은 연간 108만t에 이른다. 1㎏당 베트남산이 220원, 국내산이 160원인데 자급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외에 물가안정 명목으로 들여오는 저율관세 수입콩이 5만3000t이다. 정상관세 487%를 물게 되면 국내산보다 비싼데 우리가 국산콩으로 대체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만㏊의 논에 단기성 벼와 맥류 중심의 이모작을 할 경우 쌀 생산량이 10만t 줄고 조사료는 20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곡물자급률을 6%는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장기적으로 이모작을 통해 식량자급률을 높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경축순환농업 정착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축산분뇨를 논으로 보내고 논에서 밀·보리· 옥수수를 재배하여 가축을 키우는 순환농업을통해 건강한 축산물 생산, 축산분뇨 처리, 수질개선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어떤가.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사료가 아닌 신선한 국내산 조사료로 키운 축산물을 브랜드로 만들고, 학교급식용 식재료를 계약재배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본다. 경기 광명과 부천 그리고 광주광역시 남구와 광산구는 이미 학교급식 식재료에 GMO는 물론 가공식품도 금지하고, 국내산으로 대체하며 그 차액을 지원하고 있다.

1㏊당 340만원의 쌀 생산조정제 차액 지원만으로는 쌀 중심인 논농업을 전환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농업과 연계해 생산자를 조직하고, 중앙정부는 생산에 필요한 기계화나 가공시설 지원은 물론 로컬푸드를 통해 판로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쌀 생산조정제는 그동안 수입 GMO로 두 동강이 난 쌀과 축산의 순환고리를 회복하는 일이고, 식량자급을 위한 농업생산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이루는 일임을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이 사업의 주체인 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식량자급의 길에 함께 나서자고 손을 내미는 일이다.

최재관 (농어업정책포럼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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