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만원 받았던 하우스 7동 포전매매가가 단돈 180만원에 거래된 이후 이봉년 씨(사진) 남편은 술로 밤을 지새우며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이 씨는 현재 하우스를 지키며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아픔을 감내하고 있다. |
남편 상을 치른 지 일주일도 안 된 어느 날, 이웃 주민과 함께 기자가 찾아왔다. 말할 기력도 없을 만큼 지치고 아팠지만, 그동안 담아두기만 했던 억울하고 답답한 속마음이라도 알려야 할 것 같았다. |
주 수요처 막혀 ‘재난 직격탄’
거래가 평년비 1/20로 뚝
다음작기 농사 가능할까 막막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하면서
농가 고통은 외면 “억장 무너져”
산지 상황 최악 치닫고 있지만
농정당국자 한 명도 안 찾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산지에서 정부 ‘재난지원금’ 지원 차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화원은 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 화훼 농가는 받을 수 없고, 유흥업소는 지원되면서 수박 산지는 나 몰라라 하는 정부 대책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은 코로나19가 소상공인 못지않게 농민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큰 ‘재난’이었다고 토로한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배달 업종은 성하고, 오프라인이나 외식업체 등은 위축되는 등 업종별로 희비가 갈리듯 농산물에서도 품목, 부류별로 큰 차이가 난다는 것. 특히 겨울수박, 화훼, 체험 농가 등은 어느 업종보다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실제 판로가 꽉 막힌 겨울수박은 한때 밭떼기거래가 평년의 2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에서 거래가가 형성됐고, 조금 회복된 이후에도 평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생산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비대면 졸업식과 결혼식 축소 등 행사가 줄며 꽃 소비가 급감한 화훼농가의 고통도 출구 없이 이어지고 있다. 산지에선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지경으로 다음 작기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푸념 섞인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이들 농가엔 어느 업종보다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농가를 외면하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재난지원금 지원 소식을 접하고, 또 그들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될 때 농가들의 상처는 더 아리다.
현장에선 농림축산식품부의 무관심한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 산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농식품부의 시선은 산지를 향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함안 겨울수박 단지에서 만난 한 농민은 “상황이 이런데도 현장을 찾은 농정당국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지 않나. 언론도 관심이 없긴 마찬가지”라면서 “정말 숨 쉬기도 힘든 상황인데, 이 아픔을 누구에게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하는지, 너무나 답답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