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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농민신문)“땅 사서 숙소 지으려면 수억 들어…대농 아니면 감당 못해”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1-01-22 10:53
조회
139









01010100701.20210122.001297480.02.jpg윤상진 경남 밀양외국인고용주연합회장(왼쪽)이 냉난방기, 디지털 현관키 등이 설치된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 강화...농촌 비상 (상)무엇이 문제인가

농촌 열악한 현실 외면 기준 적합 농가 극소수

외국인 근로자도 곤혹 월급 공제율 높아지고 기준 미달 땐 일 못해

시행 전 유예기간 없어 농가 혼란 가중 ‘한숨’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안대로라면 외국인 근로자를 못 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부터 비닐하우스 안에 컨테이너나 조립식 패널을 사용해 숙소로 제공하는 농가에는 고용허가제(E-9)를 통한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가설건축물의 경우도 농지 밖에 지어야 하고,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신고필증까지 받아야 한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선 정부 기준을 따를 수 있는 농가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벌써부터 외국인 근로자 신규 배정 신청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 농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농촌의 열악한 현실을 외면한 채 졸속으로 정부안이 마련됐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에 <농민신문>은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개선방안의 문제점과 농촌의 현실, 현장에서 이행 가능한 주거환경 개선 해법 등을 2회에 걸쳐 모색해보고자 한다.


◆농촌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충남 금산에서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2명을 고용해 깻잎농사를 짓는 이모씨(46)는 18일 잠시 본국으로 귀국한 근로자 1명을 성실근로자 재입국 특례를 통해 다시 고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고용허가를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숙소를 비닐하우스 내에 조립식 패널로 지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비록 비닐하우스 안에 있지만 에어컨과 난방장치는 물론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시설, 인터넷 등 편의시설을 부족함 없이 갖춰놓았다”며 “정부 방침은 외국인 근로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농촌의 현실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충북 청주에서 외국인 근로자 6명과 함께 토마토와 호박 등 모종을 재배해온 박모씨(57)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박씨는 “지역건축사를 통해 문의해보니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에 합당한 건물을 지으려면 건축비가 3.3㎡(1평)당 200만원 이상은 소요된다”면서 “더구나 땅도 구입해야 해 정말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경북 청도의 새송이버섯 재배농가 이모씨(47)는 “버섯포장실 위에 패널 건물을 올려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슨 수로 숙소를 마련하느냐”면서 “땅 사서 숙소를 지으려면 수억원은 족히 들어 대농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환영하지 않는 개선안=정부의 주거시설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별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숙소가 좋아질수록 임금에서 공제되는 비율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깻잎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의 한 외국인 근로자는 “본국의 가족에게 매월 보내줘야 하는 돈이 정해져 있다”며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좋겠지만 내 돈을 더 써가면서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사는 데 큰 불편함은 없기 때문에 이대로 이곳에 살면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 농가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소와 식사를 모두 제공하는 경우에는 월 통상임금의 20%까지 공제할 수 있다. 숙소만 제공하는 경우 공제 상한은 월 통상임금의 15%이며, 임시주거시설의 경우에는 최대 8%를 공제할 수 있다. 결국 숙소가 좋아질수록 외국인 근로자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많아지는 셈이다.

경남 밀양에서 깻잎농사를 짓는 고정희씨(57)는 “3월에 3년 계약이 종료되는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해서 재계약을 약속했다”면서 “그런데 김해고용센터에 문의하니 정부 방침이 바뀌어 컨테이너 숙소 제공 땐 계약 연장이 안된다는 말을 들어 고민스럽고, 해당 외국인 근로자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속 추진에 농촌 현장도 혼란 가중=정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농민은 물론 고용노동부 지방관서 관계자들도 무척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실제 지역의 한 고용센터는 새로 바뀐 기준안을 알리는 안내문에 “갑작스러운 기숙사 관련 정책 변경에 시간적 여유를 드려야 하나 그러하지 못하여 죄송하다”면서 “본부(고용부)에서 지시한 사항을 그대로 시행하여야 하는 지방관서의 특성상 어찌할 수 없음을 이해해주십시오”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이는 기초 행정관서조차 중앙정부의 방침이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상진 경남 밀양외국인고용주연합회장(50)은 “그동안 고용부에서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에 대해 소방시설 등을 실사하고 문제가 없다고 허가를 내줬으면서, 이제 와서 유예기간도 없이 바뀐 주거시설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고용을 불허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강원 정선의 심재룡씨(55·한국농업경영인정선군연합회장)도 “이번 정부정책은 그야말로 급조된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며 “제도 시행 전 1년이든 2년이든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 논산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박모씨는 “숙소가 비닐하우스 안이냐 밖이냐, 아니면 주택이냐보다는 숙소의 시설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예고나 유예기간을 줘야지, 비닐하우스 내 숙소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은 농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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