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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2020 사건 사고, 그후] 복구작업 한창이지만···그날의 공포·허탈감 가시지 않아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0-12-23 10:38
조회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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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수해 피해자들에게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들은 ‘정부는 전액 배상하라!’라는 답변을 했다.

순식간에 하우스·축사, 집 잃고
가슴 한구석에 생채기 깊어
넉 달이 지나도 보상은커녕
제대로 된 피해조사도 안돼
“정부 댐관리 부실책임 외면
자연재해 탓만하니 답답”


2020년 8월 8일. 평온했던 구례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수해 120일이 지난 12월 10일에 전남 구례군을 찾았을 땐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속은 상처로 가득했다. 곳곳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을 허물고 난 자리에 새로 신축 건물을 세우거나, 기존의 건물의 내부 공사 등으로 해질녘까지 중장비와 망치질 소리가 요란했다. 한적한 논과 밭으로 나가 둘러보니 하우스의 철골만 앙상하게 남아 있고, 그 위에는 지면에 붙어있어야 할 난방용 기름 탱크로리가 비스듬하게 걸쳐져 있었다. 소 사료용으로 쓰이는 사일리지는 이곳저곳에 포장이 풀어헤쳐진 채 썩어가고 있었다.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시간과 돈을 들이면 어느 정도 복구가 가능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서동민(49) 씨는 지난 8월 8일 발생한 수해로 집과 농장 모두를 잃었다. 그는 마산면 냉천리에서 1000평 규모로 애호박 농사를 짓고 있었다. 수해를 입은 일주일 전부터 밤낮으로 비가 내렸고, 5일부터는 섬진강이 만수위가 돼 걱정이 컸다. 수해 당일인 8일 하우스가 걱정돼 새벽 5시에 둘러보고 집에 왔는데, 아침 7~8시 사이에 갑작스레 밀려온 강물로 하우스부터 시작해 집까지 모두 완전히 잠겼다. 순식간에 하우스 8000여만원, 집과 가전도구 8000여만원 등 총 1억6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더욱 참담했던 건 평온했던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허탈감과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현실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하우스를 세우고 애호박 재배도 다시 시작했지만,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엔 그날의 공포와 허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구례 홍수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한우사육을 하는 김재철(67)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수해 전 한우 280두를 사육하고 있었다. 아침 9시쯤 평온했던 일상이 섬진강 둑이 터지자 함께 무너졌다. 둑이 터지고 30분 만에 축사와 집이 완전 침수됐다. 소를 챙길 겨를도 없이 겨우 목숨만 부지했다. 소들이 살기 위해 축사와 건물 지붕으로 올라갔고, 살려달라는 울음소리가 구례 곳곳에 밤낮으로 울려 퍼졌다. 자식 같은 소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고, 구하지 못한 소들의 울음소리는 아직까지 김재철 씨의 마음 한 구석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11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지만 다시 빚을 내 축사를 짓고 소를 재입식 했다. 하지만 지금도 수해 당일만 떠올리거나 소 울음소리를 들으면 쉽게 잠자리에 들 수 없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수해 피해자들을 힘들게 했던 건, 정부의 태도와 행정력이었다. 수해가 발생하고 12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배상은커녕 피해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례군에 따르면 이번 수해로 2명의 부상자와 1807억원(추정액)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농업 쪽 피해가 두드러졌다. 벼와 과수, 밭작물 등 농작물 699ha가 손실됐고, 한우와 돼지, 오리 등 가축 2만1162마리가 폐사했다. 이와 함께 하우스 546동이 무너져 내렸다. 문제는 잠정적인 피해규모는 파악이 됐지만, 배상절차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또 피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재기의 희망마저 짓밟히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지 않자 ‘섬진강 수해극복 구례군민 대책본부(이하 군민대책본부)’에서 수해직후 피해증거를 남기기 위해 한국손해사정인협회에 의뢰해 1500 피해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한 가구당 30만원의 조사비용이 소요됐고, 전체 조사금액 4억5000만원을 구례군이 부담했다. 군민대책본부에 따르면 12월 9일 전수조사가 완료됐고, 평가를 통해 2021년 1월 중순 쯤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창승 군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이 재난등록을 했지만 등재항목이 제한적이라 실제 피해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그래서 손해사정사 등의 제3자를 통해 객관적이며 구체적인 피해사례 채증이 필요했고, 이 자료는 국가배상 청구 때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스스로의 피해조사는 진행 중이지만, 정부의 피해조사와 원인조사는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군민대책본부에 따르면 수해가 발생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과 야당의 대표가 현장을 다녀갔다. 그 때마다 군민대책본부는 정치인들에게 굵고 짧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정확한 수해피해 원인과 피해금액 대한 조사, 책임자 처벌, 그리고 전액배상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었다. 하지만 수해 후 1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가지도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군민대책본부의 주장이다.

군민대책본부에 따르면 환경부가 지난 9월 20일 섬진강댐과 용담댐, 합천댐 등 이번에 수해를 입은 하류지역을 대상으로 댐관리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정작 각 지역의 비대위에서 추천한 조사위원은 배제되고 정부가 임명한 대표와 지자체 추천 전문가만 포함됐다. 이에 각 지역 피해자들이 반발하며 객관적인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자 10월 20일에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행정안전부가 주도하는 민간인 참여형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가 꾸려졌고, 12월이 돼서야 조사위원 선정이 마무리됐다. 군민대책본부에 따르면 이제 조사가 시작되면 내년 상반기쯤에나 조사가 마무리돼 그만큼 피해자들의 보상도 늦춰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봉용 공동대표(구례피해자 대책위원장)는 “8월에 수해가 발생하고 12월에야 조사협의회가 꾸려졌는데 이 사이에 조사를 했으면 10번도 더 했을 시간이었는데 결국 중요한 시간이 다 흘러갔다”면서 “이번 하류지역 수해는 정부가 홍수기에 댐 관리를 잘못한 게 핵심인데 자꾸 자연재해로 규정해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해서 답답할 따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생업으로 돌아갈 기반조차 없어졌는데 공무원 중에 누구 한 명 국가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게 법치국가로서 반드시 담당자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 부디 내년 8월에는 인재로 인한 수해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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