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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정부 ‘소 항체율 96%’만 믿고 방심…전염경로도 오리무중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7-07-06 18:23
조회
1135
구제역 재발원인 ‘논란’
정부, 도축장 채혈검사 맹신 농가 접종 꺼리는 현실 놓쳐 뒤늦게 검사방식 개선 추진

포토뉴스구제역이 11개월 만에 또다시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8일부터 전국 소 330만마리를 대상으로 일제 백신접종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역축협의 수의사가 한우농장에서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방역당국이 8일부터 전국 소 314만마리에 대해 일제 백신접종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 구제역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의 부실한 관리와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7일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진 전북 정읍 한우 농가에서 사육하던 소 20마리 가운데 단 한마리만 항체가 형성돼 있었다고 밝혔다. 항체 형성률이 5%에 불과한 셈이다. 앞서 발생한 충북 보은의 젖소농장에서도 항체 형성률은 19%에 그쳤다. 방역당국이 소의 평균 항체 형성률이 95.6%라고 밝혔던 것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구제역이 터진 농장과 방역당국의 항체 형성률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발생했을까?

①채혈검사, 구제역 예방보다 도축장 검사 통과가 목적??

방역당국의 항체 형성률이 현장과 동떨어진 것은 조사 방법에 따른 ‘착시현상’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2010년 백신접종 의무화 정책을 시작한 이후 해마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전체 가구의 10%에 해당하는 9500가구의 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해 왔다. 사육마릿수에 상관없이 농가당 무작위로 선정한 1마리만 검사하는 방식이다. 운좋게 1마리의 항체가 잘 형성돼 있으면 해당 농가는 항체 형성률 100%로 간주된다.

문제는 항체 형성 여부를 판단하는 채혈검사 상당수가 ‘농장’이 아닌 ‘도축장’서 실시된다는 데 있다. 농가가 평상시보다는 출하를 앞두고 백신 항체를 집중 관리할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현장 수의사들이 “백신접종은 구제역 예방보다는 도축장 검사 통과가 목적”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가가 출하 전에 백신을 놓게 되면 결국 방역당국이 발표한 항체 형성률은 실제 현장보다 높아질 수 있다. 방역 당국의 항체 형성률에 ‘허수’가 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방역당국이 보은 젖소농장 반경 3㎞ 안에 있는 11개 농장을 조사한 결과 1곳은 전혀 백신접종을 안했고, 4곳은 항체 형성률이 80% 이하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농장별로 검사 마릿수를 1마리에서 6마리로 늘리고, 농장 또는 도축장 중 하나를 선택하는 채혈방식도 농장 5마리, 도축장 1마리로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의 백신접종 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②축산농가, 백신접종 기피 만연

축산농가의 방역의식도 항체 형성률 차이를 발생시킨 원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보은과 정읍 농가 모두 6개월에 한번씩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다. 서류상 정읍 농가가 마지막으로 백신을 접종한 날짜는 지난해 8월26일, 보은 농가는 10월15일이다. 두 농가 모두 5개월 남짓 지난 상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접종한 지 5개월이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효력이 있어야 정상”이라고 밝혔다. 접종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면 통상 6개월 이상 효력을 가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소는 돼지와 달리 백신을 접종하면 항체가 잘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항체 형성률이 5% 밖에 안됐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백신접종을)기피한 농가가 분명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젖소농가는 우유 생산량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 한·육우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산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있어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돈다.

비용 때문에 의도적으로 백신접종을 기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구제역 백신 비용은 50마리 이상은 정부와 농가가 5대 5 비율로 낸다. 그 이하는 정부가 부담한다. 돼지는 1000마리를 넘으면 정부와 농가가 반씩 부담한다. 백신가격은 1마리 당 1700원이다.

백신 보관이나 접종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백신은 냉장 보관하다 미리 실온(18℃)에 꺼내뒀다가 접종해야 하는데 농가가 계속 상온에서 보관하거나, 냉장상태 그대로 사용해 효과가 없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③전염경로는?

전염경로도 오리무중이다.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보은 농장주가 베트남과 러시아·중국을 다녀온 것 때문이다. 하지만 정읍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나와 이 추정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사람에 의해 외국에서 옮겨졌을 가능성이 없다면 국내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발현됐거나 수입 사료 등을 통해 흘러들어 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통해 옮겨 다니던 바이러스가 가축 분변이나 쥐를 통해 면역력이 약하거나 항체 형성이 안된 가축에게 전염돼 병으로 나타났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당국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바이러스 유입경로를 밝히는 역학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8일 경기 연천의 젖소농가에서 간이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명되는 등 구제역이 전국 단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방역당국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김태억·최문희 기자

●전국 86개 가축시장 20일까지 임시휴장

농협경제지주는 구제역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오는 20일까지 전국 86개 가축시장을 임시 휴장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가축시장 임시 휴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전국 소 사육 농가 백신 일제 접종 조치와 맞물려 실시된 것으로, 추후 상황 변동에 따라 휴장 기간이 조정될 수 있다고 농협은 설명했다.

농협은 또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방역당국의 예찰 활동에 적극 협조하고 방역 홍보활동도 확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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