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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한국농어민신문)[이슈진단/농지 전수조사 가능한가 3] 매매도 임차도 쉽지 않은 농지··· 땅주인은 '구두 계약' 원해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0-03-24 10:45
조회
180





농업·농촌의 고령화·과소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농업인 육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막상 농촌으로 내려 온 청년들은 농지를 구하지 못해 농사를 짓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충남의 청년농업인 농지 접근 실태 분석 및 농지 확보방안’ 연구를 수행 중인 김기흥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년농업인의 농지 접근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11월14일부터 22일까지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심층면접 조사 내용을 보면 청년농업인들이 농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 생생히 드러난다.

"논 1500평에 시설 지으려면
최소 3억 정도 있어야 가능"
기반없는 청년들 진입장벽 실감

1996년 이후에 소유한 땅
농지은행 통해서만 임대 가능
실제론 개인간 거래 빈번
8년 자경기간 채우기 위해
임대차 계약서 작성 안해

농지은행 농지 우선임대 말뿐
내정자 있는 형식적 공고도 문제

시골에 농민 땅 많지 않고
도시민 투기용 소유 문제
‘경자유전 원칙’부터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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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연구원 김기흥 박사

▲매매도, 임차도 쉽지 않은 농지=지역마다 시세나 여건이 다르긴 하지만 청년농업인이 지역에서 농지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반 없는 청년들은 비싼 땅값에 대부분 자금난을 겪었고, 자금이 있다고 해도 본인이 원하는 조건의 땅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귀농 당시 현지인 거래는 논이 평당 7만원 선이었지만 귀농 수요가 일면서 9~11만원까지 올랐어요. 현재는 9~10만원선이에요. 대체로 논을 구입해 하우스를 설치하는데, 땅을 사서 시설을 짓는다고 하면 1500평에 최소 3억 정도는 생각하셔야 돼요.”

그렇다고 임차가 쉬운 것도 아니다. 1996년 제정된 농지법에 따라 1996년 이후 소유한 땅은 농지은행을 통해서만 임대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구두 계약을 통한 개인간 임대가 빈번히 이뤄졌다.

농사를 지으려는 곳에 항상 매물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농지은행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매물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경지 정리된 논이어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밭작물이나 친환경농사를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농지은행에서 빌린 논을 매립해 밭으로 쓸 경우 나중에 원상복구를 해줘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됐다. 여기에 땅 주인들은 임대차 서류를 쓰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기록에 남는 정식 임대를 꺼렸다.

“구두 계약은 해주지만 실제 임대계약서를 써주는 농가는 많지 않아요. 서류 쓰는 것을 귀찮아하세요. 농지은행에서 요구하는 절차가 복잡해서 안하려는 땅주인들도 많고요. 대부분은 8년 자경기간을 채워 나중에 세금 혜택을 받으려고 하다보니 정식으로 기록에 남는 임대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본인이 농사를 안 짓고 자경기간을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죠.”

김기흥 박사는 “한 청년의 경우 임대한 땅에 하우스를 설치해 농사를 짓고 있었지만 임대기간 5년이 끝날 시기가 되자 땅 주인이 농지를 팔 계획이니 나가 달라고 해서 하우스를 뜯어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친환경농업으로 다져놓은 땅이 아까운 것은 둘째 치고 하우스를 옮기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전했다.

▲계약 이후 일방적 파기에도 속수무책=시설을 다 갖춘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농지은행이 중개를 하면서 보증을 안해줘요. 그래서 파기를 하면 당할 수밖에 없어요. 대신 일방 파기에 해당하는 부분의 임대료의 11%를 보상해줘요. 만약 3년이 남았으면 30만원 받고 나가야 하는 거에요. 그런데 농지은행이 거기에 대한 수수료까지 받아가요. 시스템이 너무 답답해요.”

심지어 기존에 시설하우스를 설치한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은커녕 하우스에 대한 지상권까지 포함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제재하거나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찾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시설하우스 지상권이 법적으론 없는데 사람들끼리 거래가 돼요. 하우스 200평짜리 4동이면 1500만원 정도가 책정돼 있어요. 근데 법적으로 보호는 못 받고 임대인들끼리 권리금 개념으로 하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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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역할 못하는 농지은행=청년농업인 대상 농지 지원사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8년부터 2030세대를 대상으로 농지 임대 최우선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다. 쌀전업농 위주 지원에서 탈피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쌀 외 타작물을 재배할 시에는 임대료를 80%까지 감면하는 제도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러한 지원 정책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청년에게 우선한다지만, 대규모의 땅을 빌리는 것은 대형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마련돼야 가능한 것이어서 실제 청년들이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에 농사를 크게 짓고 있는 쌀전업농과 밀접히 관계를 맺고 있어 소농이 접근하기 쉽지 않고 특히 기반 없는 젊은이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청년들은 지역 사정을 고려하면 욕심을 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기존 농사에서 몇 십 년을 아시는 분들끼리 하는거니까 그 분들도 농사를 지어야 하잖아요. 그 분들도 농지가 필요하고. 욕심 내면 싸움나요. 그걸 찾으려고 욕심내면 무너져요.”

특히 농지은행은 주로 논을 위주로 임대를 주고 있는데, 논농사로 수익을 내려면 상당한 규모가 필요하다. 청년이 임대할 수 있는 임대 가능 규모는 최대 4ha(1만2000평). “논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최소 3만평(10ha) 이상은 돼야 하잖아요. 천 평, 이천평 논농사 지어선 생계가 불가능하죠.”

청년들은 농지은행의 형식적인 공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농어촌공사 홈페이지에 공지를 하고 있지만 정보 전달이 잘 되지 않고 대체로 가 보면 내정자가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공고를 올려야 하니 공고는 나는데 그 공고는 이미 내정자가 있는거죠. 그래서 실질적으로 공고 난 걸 보고 찾아가면 땅이 없어요. 양지화 사업이 아니라 음지화 사업 같아요.”

농지은행에서 빌린 농지 상태가 좋지 않아 땅주인은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했지만 농지은행에서 수수료 5% 때문에 무상 제공이 어렵다고 답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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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시 경자유전=청년들은 결국 법엔 있으나 현실에선 유명무실한 경자유전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골에 보면 농민들 땅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실질적으로 도시에 있는 분들이 투기로 가지고 있는 땅이 더 많죠.”

“농사짓는 사람만 땅을 가진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법으로는 정해놨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죠. 땅을 팔려면 자경조건을 채워야 하니 계속 악순환이 발생하는거죠.”

청년들은 지역에 따라 농지값 차이가 많아 비싼 곳에서는 보상 쪽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지역에 가면 논도 백만원이에요. 그쪽 분들은 농사에 크게 메리트가 이제 없어요. 땅값이 워낙 비싸 기본 보상을 받으면 몇 십 억씩 되니 그 쪽 분들은 크게 농사에 관심이 없습니다.”

김기흥 박사는 “청년들이 일방적인 계약파기나 지상권 문제에 대한 불합리함을 지적하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강화돼 임차인에게 힘을 실어주면 그나마 없는 농지를 지역에서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걸 보면서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면서 “청년들이 새로운 제도 개선보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지켜지기를 희망하는 것은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가지고 있다면 농사 짓고 있지 않은 농지는 청년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정부가 청창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이나 청년귀농 장기교육사업 등을 통해 청년농업인에 대한 생활비 및 교육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농사를 짓는데 가장 기초적인 자원인 ‘농지’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지역에 맞는,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청년 인력이 자연스럽게 육성될 수 있고, 이를 통해 농업농촌이 안고 있는 고령화, 과소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사람농지플랜’ 주목
“청년층에 농지 내줘 농업 승계 기회 제공을”

김기흥 박사는 이번 보고서에서 일본정부가 2012년부터 추진 중인 ‘사람농지플랜’처럼 농지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단위 계획을 마련하고 지역에 새롭게 들어오는 청년층에게 농지를 내어주어 청년들에게 지역의 농업을 승계해 나갈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해 2012년부터 ‘청년취농급부금제도’를 시행 중이다. 만 45세 미만 신규취농자에게 연간 150만엔(1750만원)을 경영준비형(2년) 경영개시형(5년) 등 최장 7년간 지원한다. 이 제도는 2017년 이후 ‘농업차세대인재투자자금’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이 제도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정책 중 하나가 ‘사람농지플랜’이다.

‘사람농지플랜’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각 시정촌이 철저한 논의를 통해 지역농업을 담당할 경영체와 생산기반이 되는 농지를 장래에도 확보해 가기 위한 전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주요 논의 사항은 ①지역의 사람과 농지현황(특히 가까운 미래의 농지 임대 상황) ②향후 지역의 중심이 되는 경영체(개인, 법인, 집락영농) ③중심적 경영체의 확보 상황 ④장래의 농지이용의 본연의 모습 ⑤농지중간관리기구의 활용 지침 ⑥향후 지역농업의 본연의 모습 등이다. 이를 토대로 시정촌 단위에서 ‘사람농지플랜’을 마련해야 지역에 새롭게 진입한 청년신규취농자가 경영개시형 농업차세대인재투자자금을 받을 수 있다.

김기흥 박사는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람농지플랜과 같이 지역 차원의 거버넌스를 구축, 실제로 고령화된 농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와 향후 짓지 못하게 될 농지 등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새롭게 유입된 청년 농업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임차 혹은 협업 형태 등 농지 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은 청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농업을 지속해나가기 위한 것으로 고령농가와 지역주민, 새로운 청년층 모두에게 필요한 일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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