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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나…농업계 “피해대책 선행돼야”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9-09-09 11:04
조회
363

트럼프 美 대통령 제시 마감시한 40여일 앞두고 ‘파문’

산업부 “지위포기로 방향…관계부처 협의 중” 밝혀

농산물 관세와 농업보조금 감축 등 후폭풍 만만찮아

농업계 “포기 운운하기 전 피해대책 마련 선행돼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우대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제시한 마감시한(10월23일)이 한달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개도국 지위포기로 방향을 잡고 있으며, 관계부처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WTO 차원의 무역협상이 사실상 없고, WTO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확보한 권리는 개도국 지위와 상관없이 계속 갖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26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WTO에서 90일 안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이렇다 할 반박 한번 하지 못하고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농업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농산물 관세와 농업보조금 감축 등 개도국 지위포기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해서 당장 이런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개도국 지위포기 요구와 관련, 미국은 ‘WTO 회원국들이 현재 누리는 특혜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라며 “현재 적용되고 있는 농산물 관세나 농업보조금은 차기 농업협상 타결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농업계의 우려는 크다.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관세와 보조금을 대폭 감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돼서다.

WTO 차원의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에서 가장 최근 제시된 농업분야 세부원칙(관세·보조금 감축 기본틀) 4차 수정안에 따르면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개도국은 선진국보다 농산물 관세를 20%가량 덜 깎을 수 있다. 또한 개도국은 특별품목(Special Products)을 지정할 수 있다. 전체 농산물 세번(HS)의 12%를 특별품목으로 지정하고, 그 가운데 5%까지는 관세감축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선진국은 특별품목을 활용할 수 없다.

농업보조금의 한도 역시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농업보조총액(AMS)을 연간 1조4900억원까지 쓸 수 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AMS는 7000억원대로 떨어진다.

마두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WTO 회원국의 일원으로 협상에 따라 확보한 권리는 유지되는 것인데도 정부는 지레 겁을 먹고 개도국 지위포기를 운운하고 있다”며 “정부는 농업부문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6일 성명을 통해 “개도국 지위는 농업·농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며 “국가는 농촌의 생존권을 협상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지켜야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도국 지위포기 여부는) 이해당사자인 농축산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개도국 졸업을 논하기 전에 농업분야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실질적인 피해는 없거나 적을 것”이라면서도 “쌀 등 식량안보에 필수적인 몇몇 품목에 대해서는 계속 개도국 지위를 보장받아야 하며, 주요 농산물의 가격변동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그동안 미국·유럽연합(EU)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쌀을 제외한 (우리나라 농산물) 관세는 어차피 철폐된다”며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관세보다는 농업보조금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MS 같은 감축 대상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감축 대상이 아닌) 공익형 직불제 도입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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