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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스마트팜 취·창업’ 장밋빛 홍보···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9-08-27 13:31
조회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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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식품부가 ‘스마트팜 청년창업 장기 보육사업’ 교육생을 모집하면서 내놓은 홍보자료.

교육비·영농정착금 지원 등
파격 혜택 내걸어 높은 관심
5:1 경쟁률 뚫고 60명 선발

1년 5개월 여 지난 지금…
약속한 임대농장 조성 지연
중도포기 교육생도 상당수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지난해 ‘스마트팜 청년창업 장기 보육사업’을 신설, 제1기 교육생 60명을 선발했으나, 상당수의 교육생들이 중도 포기하거나 당초 약속했던 임대농장 조성이 늦어져 아무런 소득 없이 대기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률 5:1 홍보하던 농식품부=‘청년 창업의 꿈 스마트팜 교육, 경쟁률 5:1.’ 지난해 3월 26일자 농식품부가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이다. 스마트팜 청년인력 양성을 위해 ‘스마트팜 청년창업 장기 보육사업’을 신설했는데, 교육생 60명 모집에 301명이 지원했다는 내용. 스마트팜에 대한 청년층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왜 청년들은 이 사업에 그렇게 높은 관심을 보였던걸까.

당시 농식품부는 이 사업에 대해 ‘영농 지식과 기반이 없는 청년도 스마트팜에 취·창업할 수 있도록 기초이론 교육(2개월)부터 농장현장실습(6개월), 임대농장에서 1년간 자기 주도 영농까지, 최대 1년 8개월간 스마트팜 창업에 필요한 전 과정을 교육한다’고 홍보했다.

제시한 혜택도 파격적이었다. △교육비 전액 무료 △교육생 자격 요건에 따라 ‘농업법인 취업’ 알선과 ‘월 최대 100만원의 영농정착금’ 지원 △교육 과정 수료시 장기 임대농장(성적 우수자, 최대 5년) 지원 △스마트팜 종합자금(최대 30억원) 및 농신보 우대 지원 △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 비축농지 장기 임대 우선 지원 등이 그것이다.

선발된 60명의 교육생들은 권역별(전북, 전남, 경남) 보육센터 3개소에 20명씩 배치돼 교육을 시작했다. 당시 농식품부가 내놓은 그림대로라면, 지금 이들은 기초이론교육과 농장현장실습을 마치고, 정부가 마련한 임대농장에서 ‘월 최대 100만원의 영농정착금’을 받으며 전문가의 지도와 컨설팅 아래 한참 자기 주도형 영농 활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선발 후 1년 5개월여가 지난 지금, 5: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교육생들의 현실은 이와는 달랐다.

▲중도포기, 그리고 하염없는 기다림=취재결과 전북지역 20명의 교육생 중에서 6명이 2개월 입문교육 이후 중도 포기했다. 현재 영농활동을 하며 농업현장에 남아 있는 교육생은 8명. 이들 중 5명이 농업법인에 취업해 있고, 3명은 자체적으로 영농기반을 마련해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나머지 6명은 임대농장이 조성되기를 기다리면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경남지역의 경우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공식적으로 사업을 포기한 사람은 3명이지만, 현재 농업법인에 취업한 사람이 1명, 영농정착지원 대상자로 자가영농을 하고 있는 학생이 3명이다. 13명이 임대농장 조성을 기다리고 있다. 전남은 2명이 사업을 포기한 가운데, 법인 취업이 3명, 자가 영농이 7명, 임대농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스마트팜 장기교육생을 위해 배정한 ‘경영실습 임대농장’은 전북 4개, 전남 3개, 경남 3개 등 11개소. 현재 전남, 경남은 공정이 80~90% 정도 마무리된 단계고 전북은 부지를 마련해 기반만 닦아놓은 상태다. 사업부지 선정부터 온실유형 선택, 한국농어촌공사와의 사업단가 협의 등에 기간이 소요되면서 임대농장 조성이 지연됐다는 설명. 정부가 약속한 임대농장 조성이 늦어지면서 갈 길을 잃은 많은 교육생들이 자구책을 마련, 개별 실습일지를 쓰면서 자가 영농이나 법인 취업 형태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교육생 “이론 교육 외 지켜진 약속은 없어” 이구동성

기반 없인 결국 자금대출 불가능
농지은행서 임대해 준 땅엔
철골 하나 꽂을 수 없어
급조된 제도에 ‘청년만 피해’


▲애당초 불가능했던 약속들=교육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론교육 이외에 지켜진 약속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청년창업농으로 농지를 임대해 농사를 지으며 농업법인에서 실습교육을 받고 있는 Y씨(31·미혼)는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니까 홍보 팜플릿에 나온 내용을 무작정 믿었다. 하지만 진행해보니 법인 취업 매칭도 어려웠고, 매칭이 된 사람들도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속을 끓였다. 지난해 완공됐어야 할 임대농장은 아직까지도 조성 중인 상태다.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도 그냥 대출자격만 주어지는 것뿐이지 실상은 담보나 신용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데, 교육만 마치면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해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야 미혼이니까 내 한 몸만 책임지면 되지만 처자식이 있는데 직장까지 그만두고 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개월 입문교육을 받은 후 바로 사업 포기를 선택했다는 기혼의 K씨(32)는 “이 교육을 받으려면 일단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나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떻게든 올인해 보자는 마음으로 전념한건데, 처음에는 정부에서 창업까지 다 지원해줄 것처럼 홍보해놓고, 막상 입소해서 교육을 받아보니 내가 돈이 없으면 결국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됐다”면서 “가정이 있는 저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다른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 O씨(30·미혼)는 “처음에 이 사업을 접했을 때 느낀 건 ‘18개월간 정부에 네 삶을 위탁해, 그러면 정부가 너를 전문가로 만들고, 다양한 지원제도를 통해 네가 스마트팜 창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줄게’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교육을 수료하면 농지은행의 비축농지를 우선 임대해준다는데, 공사가 임대해 준 땅엔 철골 하나 꽂을 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취지는 좋았지만 제도가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조해 시작하다보니 결국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스마트팜 청년창업 장기 보육과정’에 참여할 교육생 104명을 선발, 얼마 전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선정된 전북과 경북에서 9월부터 교육에 들어간다. 농식품부는 내년에는 보육센터 4개소(전남, 경남 추가)에서 200명을 선발, 2022년까지 500명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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