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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청년농부 잔혹사] ② 누가 그들을 이용해 돈을 버나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2-07-25 09:46
조회
6

‘농사 멘토’ 가면 쓰고 노동착취... 산산조각 난 꿈

 
image한 청년농부가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내 자신의 경작지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 모습으로 농작물을 바라보고 있다. 조주현기자

자연이 좋아 시골을 택했고, 시골이 싫어 자연을 떠났다.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는 게 스물일곱 상형 씨의 넋두리다. 사실 ‘상형’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누누이 가명을 요청한 그는 “시골 생활을 제대로 얘기하려면 술 마시면서 2박3일을 같이 보내도 부족하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여기가 좁은 바닥이라 소문이 금방 퍼지기 때문에 제가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다”며 “구체적인 신상은 꼭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따라서 그의 부탁대로 일부 내용을 각색했다.

지난 2018년 대학교를 졸업한 상형 씨는 ‘청년 농부’의 꿈을 안고 경기북부 A지역으로 향했다. 마침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친구가 1년 전부터 A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터라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다.



어느 날 이사를 하고 짐 정리를 하던 상형 씨에게 ‘A지역 농업기술센터’ 직원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멘토’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의심스러웠지만 며칠 뒤 기관을 방문하고 로비 커피숍에서 토마토 농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점차 신뢰가 쌓였다. 얼마 후 실제로도 멘토와 연결돼 뒤늦은 감사를 전했다.

그게 문제였다. 상형 씨의 꿈이 산산조각 난 계기가 바로 그 센터와 멘토였다. 상형씨는 이로부터 3개월 뒤 모든 것을 버리고 야반도주 했다.

상형 씨는 “처음에는 감사함이 컸지만 결국 멘토의 본심을 알게 돼 완전히 질려버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토마토 재배·판매 기술을 알려준다던 멘토는 나를 본인의 농장 직원으로 쓰려고 한 게 진짜 목적이었다. 멘티 교육 프로그램이 있긴커녕 밤낮 할 것 없이 시도 때도 불러 무보수로 일을 시켰고 ‘이것도 다 멘토링의 일부’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형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멘토도, 멘토를 소개시켜 준 사람도 농업기술센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던 것. ‘센터 직원’은 ‘멘토’와 한 패거리로 A지역 센터 소속이 아니었다. 상형 씨를 센터로 불렀을 땐 로비나 입구 근처로 안내했고 사무실 안을 보여주진 않았다. 이들은 상형 씨와 같은 청년 농부를 속여 ‘봉사할 수 있는 농부’를 구하려 한 것이다.

상형씨는 “동네에서 ‘밭일 대신 해줄 젊은 일꾼’을 공짜로 쓰려고 직원인 척 꼬드겼던 것”이라며 “뒤늦게 친구를 통해 이러한 것들이 모두 거짓말임을 알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해도 멘토가 워낙 지역 유지라 ‘그 분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만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돈도, 시간도 버리고 3개월간 고생만 하다 ‘도망가자’는 결심에 떠났는데 이젠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있었으면 어떤 일을 어떻게 당했을지 모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야반도주 한 뒤로도 2~3년 동안 대문을 잠근 채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았다. 대인기피증이 생겨 작년(2021년)까지 크게 앓다가 최근에야 타인과 대화를 시작했다”며 “귀농을 준비하는 다른 분들은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고 부디 저 같은 경험을 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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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발전기금 수백만원 요구... 환멸 느낀 ‘전원일기’

드라마나 영화, 뉴스에 그럴싸하게 비춰진 시골 풍경은 거품이었다. 회사 생활에 지쳐 농촌으로 떠났다가 2년 만에 다시 고통 속 회사로 복귀한 김동우씨(가명·37) 이야기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농사에 매력을 느껴 귀농을 했던 김 씨는 기대에 찬 노후를 져버리고 농촌 생활에 환멸만 느낀 채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지난 날을 회상하던 그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누가 마을에 새로 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곤 했는데,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냥 호구였죠 뭐”.

땀 흘려 버는 돈에 로망이 있던 그는 한동안 직장상사의 잔소리가 끔찍하게 싫었다고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손에 잡히는 월급은 똑같았고,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보람찬 일이 뭘까 생각했던 끝에 선택한 게 귀농이었다.

괜찮은 곳을 알아보던 그는 경기남부의 ‘리’ 단위 작은 마을에서 친절한 이장님을 만났다. 일구기 좋은 땅도 직접 알아봐주고, 필요한 농자재도 싸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소매를 걷던 ‘은인’이었다. 동우 씨는 이장을 믿고 그 ‘리’에 새 터전을 잡게 됐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어느 날, 이장이 찾아와 마을발전기금 2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니 “동네에 잘 말해줄게”라며 일단 ‘성의’로 50만원이라도 부치라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시에 살 때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뜻밖의 세금(?)이었다.

‘그래 뭐, 많이 도와주셨으니까 성의라도 보이자’는 생각으로 은혜를 갚을 겸 50만원을 전달했다. 그때부터였다. 동우 씨의 농사는 물론 사생활까지 일상 전반에 걸쳐 마을 어르신들의 간섭이 시작됐다.

‘이렇게 하면 농사 다 말아먹는다’, ‘이 돌 좀 치워라. 요즘 젊은이들은 게으르다’ 등 직장상사의 참견보다 더 심한 간섭이 이어졌다. 급기야 귀농이 후회되고 농촌이 싫어진 그는 고민 끝에 ‘회사’와 ‘도시’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가 따로 있었다. “어쨌건 낯선 땅에 정착하면서 경제적으로 손해를 많이 봤으니까 땅이라도 제 값에 잘 팔고 나가자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장한테 소개받아 샀던 땅이 알고보니 3천만원 가량 더 비싸게 주고 샀던 거였더라고요. 저는 진짜 저렴하게 샀다고 생각했어요. 믿었던 이장에게 뒷통수 맞은 거죠”라고 하소연을 하던 그는 “그 땅이 이장 친척의 땅이었더라고요. 모르겠어요. 다음에는 저 말고 또 새로운 사람으로 ‘땅 주인’이 바뀔 텐데 그 가족이 얼마나 돈을 벌었을지. 딱히 할 말은 없고 그냥 저처럼 바보 같이 당하고 나오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의 미래엔 ‘귀농’이란 선택지는 없다. 김 씨는 은퇴 후에도 시골 생활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그래도 농사일이라는 게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 만큼은 뿌듯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몸도 마음도 괴로움의 연속이었죠”라며 “다시는 농촌 바닥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아요”라고 토로했다.

작물서 농기계까지 ‘사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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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바람에 담겼던 청년의 꿈이 ‘가짜 농부’에 의해 날아가고 있다.

땅을 저렴하게 판다거나, 특허기술을 전수하겠다는 등의 거짓말로 귀농·귀촌인을 꼬드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창업지원금 등 혜택이 커질수록 이러한 사기 행각이 부추겨지는 가운데 관(官) 차원의 현황 파악은 되지 않고 있어 관련 대책이 요구된다.

■ ‘돈 되는 작물’에서 이젠 ‘동물’까지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진흥청 등 관계 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귀농귀촌 피해 사례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건 ‘묘목상형’이다. 귀농인들의 관심이 많은 특정 작목의 예상소득을 과대 포장해 경제적 손실을 보게 하는 형태를 뜻한다. 예컨대 초기비용으로 2천만원을 투자해 묘목 50그루만 심으면 10년 뒤엔 연간 3천만원씩 쥘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이다.

그동안 묘목상형에서 자주 쓰이던 작목은 개량 호두나무·아로니아·왕대추였는데, 사기를 조심하라는 말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형태가 바뀌었다. 요즈음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흐름에 맞춰 애견 브리딩(Breeding·분양업)인 척하며 비싼 값에 동물 분양과 시설·사료 등을 팔아 넘기는 사기 행태가 나오고 있다. 이 역시 정부는 ‘애견 브리딩형’으로 별도 분류하고 있다.

■ “그린벨트에서 농사 짓으라고?” 기획부동산도 성행

그 다음으로 경제적 피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 ‘기획부동산형’이 있다. 이는 저렴한 값에 농사를 지을 토지나 인근 주택을 분양해주겠다며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실제 지난 2017년 동두천·시흥·안산·하남 등지에서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귀농귀촌 프로그램 강의 이력이나 수상 경력, 방송 출연 경력 등을 내세운 A분양업체가 1천300여명의 투자자에게 “120만원을 투자하면 4개월 뒤 200만원을 더 주겠다”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나눠줘 경찰에 신고된 사건이다. 앞선 2012년에도 가평군에서 유사한 일이 있었다. 귀촌 주택 단지를 조성하라는 B분양사업자의 말에 귀농·귀촌인 10명이 4천~8천만원대 돈을 투자했지만 공사가 안돼 무산됐던 일이다.

■ 정부기관 명칭 도용 外 빈집 정비 사기·농기계 값 담합도

이 외에도 ‘영농조합법인형’과 ‘곤충산업형’이 있다.

영농조합법인형은 합법적으로 설립된 법인이 전국 귀농귀촌 박람회 등을 순회하며 자신의 작물이나 농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특허 받은 특용작물의 기술을 전수해준다거나 시설·재료를 제공한다는 식으로 돈을 챙기는 것이다.

곤충산업형 또한 식용 귀뚜라미나 비건용 대체 식량 등을 ‘전문가 밀착 지원’, ‘안정적 수익 보장’과 같은 문구로 내세워 돈을 챙기는 건 마찬가지다. 독특한 차이점은 정기적 사업 설명회 등을 여는 과정에서 농촌진흥청 등 정부기관의 명칭을 도용하거나 과대광고해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챈다는 점이다.

아울러 정부가 분류하지 않은 기타 피해 사례로는 △농어촌 주택 개량 자금 탈취 및 정비 미실행 △농기계 값 담합 등이 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단계인 예비 농업인이나 이제 막 진입한 신규 농업인들에게 빈집을 리모델링해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실제로 개·보수 등 정비는 하지 않는 수법이다. 또 여과기·차단막 등 각종 농기계·도구 값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평균 값보다 비싸게 팔아 이득을 취하는 부류도 있다.

■ 귀농귀촌 혜택 커지면 사기도 증가... 정부 “방지책 고민”

이러한 피해 사례들은 정부·지자체의 귀농귀촌 관련 혜택이 확대될 때마다 늘어나는 편이다. 융자 지원액 등이 커지면 그만큼 ‘빼먹을 돈’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썬 구체적인 피해 건수 등에 대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진행하는 귀농귀촌실태조사에도 없는 항목인 데다가, 사기 피해자들이 외부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귀농자금 등 정부의 지원액이 확대되면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 현상이 일부 있다. 과거 지원액이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늘어났을 때 피해가 컸던 편”이라며 “다만 지금 상황에선 원금 보장 등 과장된 문구나 정부기관을 사칭한 광고 등을 특별히 조심하길 바라는 안내가 최선이다. 정부도 여타 지원책 마련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귀농귀촌 피해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피해 인지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방안과 관할 시·군에 신고하는 방안, 그리고 금융기관에 자금집행 등 중지를 신청하는 방안과 지자체의 사실 확인을 받은 후 귀농귀촌종합센터에 공유하는 방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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