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쌀 소비확대’ ‘식량안보 강화’ 의지…‘가공적성 한계’ 극복해야
밥쌀 수요줄고 가공용은 늘어
소비성향 변화 반영 과잉 해소
재배안전성 미확립 등은 불안
정부가 내놓은 ‘분질미(가루용 쌀)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은 쌀 소비성향 변화에 주목해 쌀산업의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의 산물로 풀이된다. 또 제2 주식인 밀의 일부를 가공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로 대체함으로써 식량안보 위협 파고를 넘어서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왜 나왔나=쌀은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재배면적이 줄고는 있지만 소비량이 더 빠르게 감소하면서 애써 생산한 쌀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2021년 벼 재배면적은 연평균 1.5% 감소했다. 하지만 이 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연평균 2.2%씩 낮아졌다. 소비성향도 급변한다. 밥쌀 수요는 뚝뚝 떨어지는 데 반해 가공식품 원료로서의 지위는 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쌀 수요량 대비 식품가공용 쌀 수요는 7.7%에서 12.4%로 늘었다.
밀 공급망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도 한몫했다. 밀은 쌀 다음으로 우리 국민이 많이 먹는 곡물이다. 쌀을 한해 360만t가량 섭취한다면 밀은 200만t 안팎을 먹는다. 하지만 자급이 되는 쌀과 달리 밀은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밀 자급률은 2020년 기준 0.8%다. 최근엔 대외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밀가루 확보가 국가 과제가 됐다. 1일 기준 국제 밀가격은 1t당 383달러로 평년과 견줘 104.6%, 지난해보다는 56.1% 상승했다.
◆주요 내용은=분질미는 가공용으로 개발된 쌀이다. 앞서 농촌진흥청은 <수원542> <바로미2> <아로마티> <삼광(SA)-FLO3> 등 분질미 품종 4종을 개발했다. 일반 쌀과 달리 전분구조가 밀처럼 둥글고 성근 게 특징이다. 껍질을 벗기는 순간 가루로 부서져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오랜 시간 물에 불렸다가 빻는 습식 제분은 1㎏당 600∼950원이 들지만 건식 제분은 300∼500원이면 된다.
작부체계상 이점도 있다. 늦모내기 재배에 특화돼 남부지역에서 밀 등 동계작물과 이모작이 가능하다. 일반 쌀은 주로 5월 중순∼6월 중순 모내기를 하지만 분질미는 6월 하순이 이앙 적기다. 6월 중순 밀 수확 후 심으면 안성맞춤이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분질미 특성에 주목해 재배면적·생산량을 크게 늘려 밀가루를 일정부분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기존 ‘쌀가루용 품종 생산협의체’ 농가 중심으로 재배면적을 지난해 25㏊에서 100㏊로 늘린다. 이어 2023년부터는 공익직불제를 활용해 농가 참여를 유도, 2026년 4만210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조성 중인 밀 전문생산단지 51곳을 활용하고, ‘전략작물직불금’을 선택직불제의 하나로 신설해 분질미를 심으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통·소비 부문에도 주력한다. 농가가 매년 3∼5월 정부와 계약한 뒤 생산에 들어간 분질미가 수확되면 공공비축미로 우선 매입하고, 이를 실수요업체에 전속 공급한다. 단기적으론 분질 쌀가루 특성 평가·연구를, 장기적으론 제분·저장 기술 개발과 시설 지원을 확대한다.
◆과제는=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쌀 가공산업 시장 규모가 2021년 7조3000억원에서 2027년 1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식량안보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친다. 식량자급률은 2020년 45.8%에서 2027년 52.5%로, 밀 자급률은 0.8%에서 7.9%로 각각 개선된다는 것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밥쌀 수급이 2027년엔 균형을 이루면서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밀·콩 등 식량자급 기반을 확충하는 재원으로 돌릴 수 있다”고 했다.
과제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선 높은 가격과 가공적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과거 숱한 실패사례를 답습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건식 제분 비용이 낮다고는 하지만 밀 대량 제분(1㎏당 150원)보다는 2∼3배 높다. 수발아·병해충 등 재배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것도 불안요인이다. 가공용으로 개발한 쌀 품종 <보람찬> 일부가 밥쌀용으로 재배되면서 수급불안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