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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기획] 농산물 개방률 96%…일본산 '위협'에 중국까지 가입하면 재앙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2-04-20 09:10
조회
16

⑤ CPTPP 가입, 다시 기로에 선 농업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아시아·태평양 11개국 참여
영국·중국 등 잇단 가입신청 

81%가 발효즉시 관세 철폐
동식물 검역장벽도 무너져
개방압력에 시장 다 내줄 판

국내 농업 15년간 연평균
4400억 원 피해 전망 불구
국내 보완대책은 ‘감감’
FTA 피해보전직불 연장 등
현재 시행 중인 정책 되풀이

CPTPP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11개 국가가 지난 2018년 12월 30일 발효한 다자간 메가FTA다. 회원국은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농산물 수출국이 다수 모여 있다. CPTPP 11개 회원국의 GDP 비중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GDP의 13%를 차지하고, 무역규모도 5조2000억 달러로 15%를 점유한다. 또한 2021년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규모 중에서 CPTPP 회원국에 대한 수출이 22.2%, 수입이 25.5%를 각각 차지했다. 신규 회원국 가입 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이 2021년 2월 가입 신청을 하고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며, 중국과 대만이 2021년 9월, 에콰도르가 12월 각각 신청했다. 이 같은 CPTPP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경우 농업은 연간 44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입 후 국내에서 발효되는 즉시 농산물 수출국에 유리하도록 마련된 규범이 작동해 농축산물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다.




농업피해 15년 누계 6조6000억 예상


CPTPP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과 함께 검역 등 무역장벽을 허물기 때문에 회원국들로부터 농축산물 수입 문턱은 거의 사라진다. 회원국들의 농식품 분야 평균 자유화율은 96.3%에 달하는 점이 증명한다. 또한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비중도 81.1%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FTA보다 매우 높은 수준의 개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발효 즉시 농업은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CPTPP가 국내 농업부문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 결과, 발효 후 15년 동안 연평균 최대 4400억 원의 피해가 예측됐다. 15년 동안 무려 6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쌀이 제외된 것으로, 만약 쌀도 양허관세로 개방된다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특히 CPTPP가 발효되면 개방 품목은 즉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기존에 체결된 FTA의 추가 개방 효과가 나타난다. 양허관세 철폐 시기가 앞당겨지기 때문에 CPTPP가 언제 발효되는지에 따라 피해 규모도 달라진다.

품목별 상황을 예측해 보면 과수는 호주, 칠레, 멕시코, 페루 등에서 오렌지와 포도 수입이 증가해 국내 감귤과 포도 농가의 피해가 우려됐다. 특히 검역 장벽이 사라지면 사과, 배, 복숭아 등의 수입이 열리면서 국내 농가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산물 또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일본 등에서 수입이 이뤄져 감, 밤, 표고버섯 등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축산물의 경우 호주산 쇠고기, 멕시코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캐나다산 돼지고기와 닭고기, 뉴질랜드 유제품 수입이 늘어 국내산 소비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곡물도 호주산 보리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이미 CPTPP 회원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이 쇠고기와 돼지고기, 과일, 밀 등 원물 농축산물을 비롯해 유채유와 포도주 등 가공식품까지 폭넓게 차지하고 있어 CPTPP가 수입을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CPTPP가 특히 위협적인 이유


동식물검역(SPS)은 CPTPP에서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가축질병 차단과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병해충의 유입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해당 국가(지역)로부터 수입 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CPTPP에서는 이 같은 방역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검역주권마저 제한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CPTPP가 지역화 개념에 구획화를 포함하고 있고, 수입국과 수출국 간의 SPS 조치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협력적 기술협의’ 절차 등을 통해 요청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해결하는 것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즉, 상대국의 농축산물 검역에 대한 검증 요구를 바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검역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018년 12월 발간한 ‘CPTPP 발효와 농업통상분야 시사점’ 보고서에서 “신선과일 대부분 품목에 대해 국내에 없는 병해충을 근거로 주요 수출국을 수입 금지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비관세조치로 사과, 복숭아, 배, 단감 등이 신선 상태로 수입되지 않고 그동안 FTA에도 수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CPTPP에 가입하면 회원국들로부터 과거 수입허용을 요청받은 품목들에 대한 위험 분석절차 추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해당국가로부터 유입되는 병해충 피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수입허용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경계 대상, 중국이 가입하면 재앙


일본에 대해선 더욱 심층적으로 짚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신선 농산물 수출국이지만, 역으로 일본산 농축산물이 국내 시장에 파고들어올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농산물 중에서 많은 품목의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4~2016년 한국과 일본의 주요 농산물 가격을 비교해보니 대두, 팥, 고구마, 무, 당근, 사과, 우유, 돼지고기 등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었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한국의 농축산물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여기에다 방사능 논란이 일고 있는 후쿠시마산 농축수산물의 수입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보다 앞서 가입 신청을 낸 대만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허용한 사례를 들 수 있다. 특히 관세화한 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도 호주에 대해 8400톤의 TRQ를 내준 사례가 있다.

지난해 9월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중국과 우리나라가 같은 회원국이 되면, 역대 최악의 개방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존의 FTA 중에서 개방 폭이 가장 큰 한-미FTA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의 CPTPP 농업부문 영향 평가에서도 중국이 가입하면 과수, 채소 등 전 농업분야에 추가적 피해가 예상될 것으로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피해 예측 규모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국내 보완 대책은 오리무중


정부는 지난 3월 25일 CPTPP 공청회의 자료집을 통해 농수산업의 피해에 대비해 민감성을 반영한 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피해에 대응한 국내 보완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이미 관계부처 실국장급 TF에서 농업의 직접피해지원 제도 개선과 경쟁력 강화 재정 투입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2026년 만료 예정인 FTA 피해보전직불을 연장하고 2021년 종료된 폐업지원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 품목에 대한 생산·유통 인프라 확충 및 연구개발 확대 등 재정투입도 늘리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먹거리 지원 등 국산 농산물 소비촉진과 공익직불제 확대 개편, 청년농 및 고령농 지원 강화, 재해보험 등 재해 대응체계 구축 등 농업 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농촌 생활여건 향상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 및 복지 지원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농민들의 반응은 매우 싸늘하다. CPTPP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마당에 그마저도 대책이라고 밝힌 것들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해 농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인터뷰/문한필 전남대 교수
“기존 FTA대책 연장선으로 CPTPP 대응 안돼”

농업정책 규모 키우고
예산 확보, 정책 보완 시급
품질·가격경쟁력 갖춘
일본산 수입 대비도 필수



“기존 FTA 피해 대책의 연장선 수준으로 CPTPP를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정책의 규모를 키우고 예산을 확보하면서 차별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합니다.”

문한필 전남대 교수는 CPTPP가 우리나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중국 등과 체결한 FTA보다 강하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경쟁력 강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피해보전과 폐업지원 등 단편적인 지원보다는 농업의 구조개선을 이끄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이는 CPTPP 때문만이 아닌 농업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문한필 교수는 “CPTPP 회원국들 대부분은 농산물 순수출국으로 규범을 보면 농산물 수출국에 유리하도록 돼 있다”며 “대표적인 것이 동식물검역인 SPS로 수입국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검역으로 수입을 제한해 왔던 사과, 배, 복숭아 등의 수입이 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과 관련해 “농산물 가격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비싼 품목이 늘고 있다”며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산 농축산물이 들어올 수도 있다. 다른 북미, 중남미 등 대륙 농산물과 바로 옆에 있는 일본산 농산물의 수준이 달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현재까지 수입 증가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지원을 해 왔는데, 앞으로는 농가 단위로 초점을 변경해야 한다”며 “농가의 농업경영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피해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과 관련해 “피해보전의 경우 발동하지 않으면 예산이 불용되는데, 보완대책 예산 그대로 농가경쟁력 강화에 투자되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생산성을 높이려는 농가에 투자하고, 불가피하게 탈농하는 농가의 농업자원이 농업을 지속하는 농가에 투입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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