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

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경기일보)[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캣닢’으로 고양이 건강 책임지는 청년 ‘집사 농부’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1-10-05 09:48
조회
12

▲길고양이를 키우다 캣닢 농사까지 짓게 된 청년 농부 문현진씨. ▲길고양이를 키우다 캣닢(박하류 허브) 농사까지 짓게 된 청년 농부 문현진씨.
길고양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배고픈 고양이에게 먹을 걸 챙겨주고, 다치거나 문제가 있으면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개중에는 안쓰러운 마음에 ‘냥줍(길고양이를 주워 집에 데려가는 행위)’해서 키우는 경우도 있다.

여기, ‘냥줍’ 때문에 인생이 확 달라진 이가 있다. 바로 안성 로컬크리에이터 문현진(34) 씨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11마리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됐고, 이윽고 직장을 나와 고양이를 위한 캣닢(Catnip)을 직접 재배하는 청년 농부까지 됐다. 그를 만나 캣닢 농사를 짓게 된 운명 같은 시간과 농업인으로써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1마리 길고양이에게 선택받다
▲안성시 공도읍 중복리에 있는 4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 10톤의 캣닢이 정식돼 있다.

▲안성시 공도읍 중복리에 있는 4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 10톤의 캣닢이 심어져있다.
지난 1일 찾은 안성시 공도읍 중복리. 마을에 다다르니 벼가 빽빽하게 심어진 광활한 논이 펼쳐진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논길 따라 한참을 들어가자 논 한가운데 1천300㎡(약 400평) 규모의 캣닢 비닐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청년 농부로 변신한 문 씨가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니 총 10톤의 캣닢이 정식(모종을 키워서 이종한 상태) 돼 있었다. 캣닢은 고양이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박하류 허브다. 반려묘를 키우는 집사들 사이에선 ‘고양이 마약’이라 불릴 정도로 핫한 식물이다.

문 씨가 캣닢 농사를 짓게 된 것은 우연히 길고양이를 거둔 인연 때문이다. 5년 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문 씨는 채소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안성 농장에 들렀다가 길가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다. 하지만 오래 살지 못하고 20여 일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캣닢 농장 곳곳에서 보이는 문 씨가 키우는 11마리의 길고양이들.
▲캣닢 농장 곳곳에서 보이는 문 씨가 키우는 길고양이들.
문 씨는 “원래는 동물을 무서워했는데, 새끼 고양이를 키우며 동물이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애정이 커진 상태에서 고양이가 떠나니 너무 슬펐다.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 사망 후 느끼는 우울감과 상실감)'이 왔을 정도”라고 기억했다.

떠나보낸 고양이를 그리워하던 문 씨의 시선은 또다시 길고양이에게로 향했다. 농장 앞에 사료를 놓아두며 끼니를 계속 챙겨주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길고양이들이 아예 눌러앉았다. 그 중 임신한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그 수가 점점 늘어 현재 11마리가 됐다. 이렇게 문 씨는 길고양이에게 ‘집사’로 선택받게 됐다.

문 씨는 “열한 마리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캣닢을 접하게 됐다. 시중에는 중국산이 많고 성분도 불분명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고양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에 직장을 그만두고 농장에서 캣닢을 직접 재배하게 됐다”고 밝혔다.

■모든 반려묘가 ‘고로롱’ 할 때까지 곰처럼 우직하게

▲문 씨가 캣닢 농장 한켠에 쌓인 박스 위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문 씨가 캣닢 농장 한켠에 쌓인 박스 위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캣닢 농사는 비교적 수월했다. 부모님을 도와 채소 농사를 지었던 경험 덕분에 캣닢 재배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게 문 씨의 설명이다. 그는 캣닢을 키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가공품 형태로 다양하게 응용하기 위해 농업회사법인 ‘꼼냥’을 세우고, 제품 판매를 위한 브랜드 ‘고로롱’도 설립했다.

‘꼼냥’은 문 씨의 별명 ‘곰’과 고양이의 ‘냥’에서 따온 이름이다. 된소리로 귀엽게 꼼냥으로 지어 밝고 경쾌한 느낌이지만, ‘곰처럼 우직하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고로롱’은 고양이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로, 반려묘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름에 적용했다.

법인명과 브랜드명처럼 그는 느릿느릿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양이에게는 이롭고 사람에게는 해가 되지 않는 정직한 캣닢 제품을 개발하면서.

■집사들이 '엄지척!'...'보약’ 같은 캣닢 제품

▲스프레이, 티백, 쿠션, 고체방향제 등 캣닢으로 만들어진 제품들.
▲스프레이, 티백, 쿠션, 고체방향제 등 캣닢으로 만들어진 제품들.
지금까지 그가 개발한 캣닢 제품은 ‘티백’, ‘파우더’, ‘스프레이’ 등이 있다. 문 씨는 “캣닢에는 ‘네페탈락톤’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고양이가 활동하는 영역이나 장난감에 제품을 뿌려주면 운동량, 음수량, 식욕을 늘려주고 신경안정과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모빌 형태의 고체 방향제도 개발해 반려인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와 협업을 통해 일자리가 필요한 이들과 함께 캣닢 쿠션도 제작하고 있다. 문 씨의 제품들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월 1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고양이 반려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문 씨는 “캣닢이 마약이 아닌 보약의 느낌이 들도록 연구해 대한민국 집사분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게, 모든 고양이들이 오랫동안 건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검증된 제품으로 반려묘와 반려인을 만족시키겠다는 의지다.

■임신·출산 고통서 벗어나도록 ‘피임 사료’ 개발

▲문 씨는 고양이의 건강을 생각한 '피임 사료'를 개발 할 계획이다.
▲문 씨는 고양이의 건강을 생각한 '피임 사료'를 개발 할 계획이다.
캣닢으로 기능성 사료를 만드는 것도 목표다. 문 씨는 “캣닢에는 피임 성분도 있다. 향후 캣닢이 함유된 사료를 만들어 길고양이들이 임신과 출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피임 사료’ 개발을 위해 현재 농장 근처에 5천600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해놓은 상태다. 사료를 만들 수 있는 연구소와 공장을 설립하고, 재배 단지를 확장할 예정이다.

문 씨는 “대규모 캣닢 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고양이의 건강을 생각한 제품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지금은 안성의 5대 작물이 쌀·배·한우·포도· 인삼이지만, 언젠가는 캣닢을 안성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부로 산지 이제 5년, 그에겐 농부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이 남았다. 캣닢 농사를 짓는 세월동안 반려인들에게 ‘고양이의 건강을 책임지는 집사 농부’라는 말을 꾸준히 듣고 싶어 한다. 소박해 보이지만 ‘농부 문현진’에게는 거대한 꿈이다.

한국농업경영인경기도연합회를 후원해 주시는 회원사 여러분의 소중한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