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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폭염 현장] 화성시 배양동 오이농장을 가다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1-07-26 10:13
조회
35

50대 농부 땀방울 비오듯…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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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6시 기자가 오이 심기를 끝낸(맨 오른쪽) 화성시 배양동의 비닐하우스 안의 모습. 이날 실외 온도는 최고기온 36도까지 올랐는데, 비닐하우스 안은 50도에 가까웠고 오후 6시에도 기온은 40도에 머물러 있었다. 2021.7.22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비닐하우스 내부온도 50℃ 가까워
쿨토시·휴대용선풍기 등 무용지물
포장때나 잠시 쉴뿐 휴가한번 못가
"열심히 일해도 못 거둘땐 힘 빠져"


하늘색 라텍스 장갑 위로 빨간 반코팅 목장갑을 양손에 꼈다.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5천500원짜리 하얀색 쿨토시로 팔도 감쌌다. 머리까지 질끈 묶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자, 윤은성(54)씨가 검은색 휴대용 목걸이 선풍기를 건넸다. 목에 걸고 전원 버튼을 누르자, 미지근한 바람이 목 주변을 휘감았다.

지난 22일 최고기온이 36℃까지 오른 화성시 배양동의 오이농장. 오이가 심어질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는 50℃에 가까웠다. 비닐하우스 양 끝의 문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직사광선만 내리쬐고 있었다.

이날 오이를 심는 일은 오후 4시부터 하기로 했지만, 4시가 넘어서도 계속되는 무더위에 비닐하우스 내부 기온은 떨어지지 않아 30분 정도 기다리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날 심어야 할 오이는 총 6천개. 이미 3천개는 윤씨 부부가 새벽 5시부터 심었고, 남은 3천개를 심어야 한다. 오이 심는 법은 간단했다. 경작된 흙에 하얀 물줄기가 두 줄로 설치돼 있는데, 물이 나오는 구멍 5곳마다 1곳에 전날(21일) 친환경 방식으로 침전한 모종을 흙에 눌러 심으면 된다.

짧은 설명을 들을 후 바로 흙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오이를 심기 시작했다. 다행히 흙은 따뜻한 정도였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로 가득했다. 강한 햇볕 아래 오래 서 있을 때와 달리 비닐하우스 안은 계속 쌓인 열기가 온몸을 짓눌렀다.

오이 심기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기자가 쓴 KF94 마스크 안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고 콧잔등과 이마에는 땀을 닦아도 계속 땀이 맺혔다.

너무 덥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씨는 "당연히 덥죠. 그래도 먹고 살려면 해야죠"라며 "농사일은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만 쉴 수 있는 날이 없다. 너무 더울 때는 남편이랑 번갈아 가면서 1~2시간 정도 쉰다"고 했다. 그나마 이날은 바람이 불어서 시원한 축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틀에서 모종이 줄어드는 만큼 흙길을 따라 옆으로 쭈그린 채 게걸음으로 움직이길 반복했다. 기자는 160개 모종을 다 심고서야 허리를 펼 수 있었는데, 일이 익숙한 윤씨는 허리만 굽힌 채 쑥쑥 모종을 심어 나갔다. 속도 차이로 멀어진 윤씨에게 말을 걸려고 고개를 들면 쉴 새 없이 머리부터 흐르던 땀이 눈으로 들어가 따끔거리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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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다시 찾은 화성시 배양동의 오이농장에서 윤씨 부부가 다 자란 오이를 따고 있다. 이날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45도'. 2021.7.25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윤씨 부부가 오이를 심은 지는 벌써 4년. 2004년 토마토부터 여러 채소로 농사일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휴가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다고 한다. 특히 오이는 매일같이 수확해야 해 휴가를 내기 어렵다.

윤 씨는 "오늘 심은 오이는 한 달이면 자란다. 새벽에 오이 심고, 오후에 따고, 더운 시간대 피해서 오이 심는 일의 반복"이라며 "코로나19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휴가를 가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언제 쉬느냐고 묻자 "오이를 따고 포장할 때 쉰다"고 했다.

윤씨가 오이를 포장하는 곳은 비닐하우스 바로 앞의 작은 공간, 연신 돌아가는 대형 선풍기만이 더위를 식혀줄 뿐이다.

이날 기자가 불볕더위 속에 심은 오이 모종은 총 480개. 쭈그리고 앉아 일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비닐하우스 안의 푹푹 찌는 열기가 더해지면서 노동 강도는 더 강했다. 숨은 턱턱 막히는 데다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눈앞이 핑 돌며 어지러움이 몰려오기도 했다.

목에 건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을 제외하곤 비닐하우스 안은 바람 한 점 없었고, 오후 6시였음에도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는 여전히 40℃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일을 끝내고 애호박과 가지를 챙겨 건네주던 윤씨가 말했다. "이렇게 더운 날 일해도 수익이 많이 나면 참고 일할 맛이 나지만, 더울 때 열심히 일해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하면 그때만큼 힘이 빠질 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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