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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질병관리등급제, 농가에 방역 책임 전가…행정 편의적 발상 불과"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1-07-19 09:18
조회
5

농식품부, 시범 운영 예정…양계·수의업계 비판 목소리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질병관리등급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박병홍 농식품부 차관보가 질병관리등급제를 브리핑 한 후 퇴장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가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질병관리등급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박병홍 농식품부 차관보가 질병관리등급제를 브리핑 한 후 퇴장하고 있다.

“축산 농가들에게 살처분 선택권을 주겠다”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발언이 현실화됐다. 농식품부는 14일 브리핑을 통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질병관리등급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정부의 이번 방침이 방역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것에 불과한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가가 아무리 방역 잘해도
철새 의한 AI 전파 사례 다수
보상금 하향조정도 ‘페널티’

생산자들 의견 수렴도 미흡
산란계 농가 적극 참여 의문

 ▲질병관리등급제란? =농식품부에 따르면 질병관리등급제는 농가의 자율방역 수준을 높이기 위해 방역여건이 양호하고 차단방역을 철저히 하는 농가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올해는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시범 추진한다. 산란계부터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농식품부는 사육규모가 크고 사육·방역시설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방역관리 미흡으로 산란계 농장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참여 희망 농가가 자율적으로 지자체(시·군·구)에 신청하면 해당 농가의 시설·장비 구비 여부와 방역관리 수준에 대한 평가, 과거 AI 발생이력을 고려해 3가지 유형(가·나·다)으로 분류한다. ‘가’ 유형의 조건은 방역시설·장비 구비, 방역관리 충족, 최근 AI 발생 이력 없음이다. ‘나’ 유형은 방역시설·장비 구비, 방역관리 충족, 최근 AI 발생 이력 있음이다. AI 발생 이력은 최근 5년 이내 고병원성 AI 2회 이상 발생 또는 3년 이내 1회 이상 발생으로 평가한다. ‘다’ 유형은 방역시설·장비 또는 방역관리 수준이 미흡해 보완이 필요한 경우다.

‘가·나’로 분류된 농가는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될 수 있는 범위의 선택권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가’ 유형에 해당하는 농가는 방역수준이 높은 만큼 500m~3㎞ 제외, 1~3㎞ 제외 등 가장 큰 범위에서 예방적 살처분 제외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예방적 살처분 제외를 선택한 농장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살처분 보상금이 줄어든다. 기존에는 가축·물건 평가액의 80%를 지급했지만 최대 60%까지 하향 조정되는 것이다.

지난 15일 질병관리등급제 관련 ‘농장 유형별 방역기준과 살처분 보상금 지급 기준’을 공고한 농식품부는 산란계 농가의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참여 희망농가는 7월 19일부터 30일까지 지자체에 신청하면 지자체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평가를 거쳐 10월 이전에 유형을 부여받게 된다. ‘가’ 또는 ‘나’ 유형을 받은 농가는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지자체에 예방적 살처분 제외 범위를 선택해 신청하면 그 결과가 올 10월 9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적용된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가에 대해 AI 발생방지와 수평전파 차단을 위해 농장 출입로 소독, 농장·환경 검사, 사료·분뇨 차량의 농장 내 출입제한 등 강화된 방역조치를 실시한다. 또 올해 시범운영 추진 결과를 분석해 타 축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양계·수의업계,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 =농식품부의 질병관리등급제 시행을 두고 양계·수의업계는 정부가 방역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는 행정 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AI가 철새에 의해 전파되는 사례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는 실질적인 방역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금 전문 한 수의사는 “보상금을 하향 조정한다는 것은 페널티로, 페널티가 있다는 건 정부가 농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특히 농가가 아무리 방역을 잘해도 철새로 인한 AI 발생 빈도가 높은 상황에 시행하는 이번 질병관리등급제는 행정 편의적인 발상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북의 한 산란계 농가도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이 문제라고 지적된 만큼 정부가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마스크를 써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느냐. 방역을 죽기 살기로 하지 않는 농가가 어디 있느냐. 그럼에도 철새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방역에 대해 자신할 수 없다. 질병관리등급제는 정부의 방역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가의 살처분 선택권은 정부가 보상금은 적게 주고 방역 책임은 농가에게만 있다는 것을 공포한 것에 불과하다”며 “농식품부가 농가들을 규제·통제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시각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농가들의 자율 참여, 최대 20%까지 줄어드는 보상 속에서 산란계 농가들이 적극 참여할지도 의문이다.

채란업계 관계자는 “예방적 살처분 거부를 선택한 후 AI가 발생하면 보상금이 기존 보다 무려 20%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느 농가가 참여하겠느냐. 예방적 살처분 선택권이 농가들에게 인센티브가 맞는지 의문이다. 페널티만 있는 제도”라며 “제도 도입의 취지는 방역을 잘하자는 것이겠지만 농가들 입장에선 정부가 보상금만 깎으려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농가들이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이미 AI 발생 이력이 있으면 아무리 방역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관리를 철저히 해도 ‘나’ 유형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 번 걸렸던 농가는 출발선이 다른데 참여할 마음이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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