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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과도한 규제” “재산권 침해”…농지법 개정 알맹이 빠졌다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1-06-03 09:23
조회
33

농업법인 농지 소유요건 강화
농지전수조사 등 반영 안돼

5월 26일 오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장. 앞서 12일 전문가간담회, 20일 1차 법안 심사에 이어 이날 진행된 2차 심사는 이전 회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미결쟁점’에 대한 정부 입장을 듣고 최종 조율을 거쳐 농지법 개정안(위원회안)을 의결하는 자리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경영계획서 변경 시 신고의무 부과, 분할금지 대상 농지 확대 및 일반 농지에 대한 농지 분할 조건 강화,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요건 강화, 농지 취득 후 3년간 처분 금지, 농지 취득 후 3년 이상 자경하지 않으면 농지 전용 원칙 불허 등 5개 미결쟁점에 대해 개정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도 농지전수조사,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제한 등의 내용에 대해서도 20일 소위에서 반대했고, 정부 입장이 수용됐다.

개정안 심사가 막바지에 달했을 무렵, 이번 개정 논의가 ‘껍데기 개정’이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여당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 의원은 “‘농지는 농민에게 가는 것이 맞다’는 경자유전의 원칙하에 농지법을 개정하고 있는데 (미결쟁점에 대한) 정부 입장이 개정 반대, 개정 반대, 이렇게 돼 있다”며 “혹시 중요한 것들은 다 빠지고, 농지법 개정이 ‘앙꼬 없는 찐빵’이라 할까 ‘껍데기 개정’은 아닌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정부 입장을 물었다.

회의에 참석한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은 “정부가 의견을 내는 부분은 LH건 이후에 투기 방지와 관련된 부분에 집중해 논의를 했던 것”이라면서 “그동안 농업계 전체에서 나왔던 농지법에 대한 개정 요청들이 이번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이번 법 개정 이후에 농지법 체계 전반에 대해 전체 의견을 수렴해 나가면서 추가적인 개정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LH 사태 이후 국회에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의 상당수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및 이용 측면의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농식품부 반대 속에 살아남지 못했다. 규제 강화를 우려한 야당 입장에, 여당의 ‘관심 부족’까지 맞물려 농지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실상 ‘정부안’ 중심의 논의에서 머물렀다.

농식품부는 “과도한 규제”, “재산권 침해로 인한 사회적 합의 필요성”, “행정 효율성 저하” 등의 이유를 들며 농업·시민사회단체의 개정 요구 내용을 번번이 ‘외면’했다. 농지법 개정에 소극적인 야당에서도 정부안을 지적하며,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 요건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놔 ‘공격과 수비’가 뒤바뀐 장면도 연출됐다.

이만희 국민의힘(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26일 소위에서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 요건 강화 측면에서는 정부안이 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영 안 된 주요 내용들은
비농민 상속·이농농지 소유제한 불발

주말·체험영농 목적 취득
전면 금지 요구 반영 안돼

▲주말체험 영농 농지 취득 금지=이번 개정 논의에서 첨예한 쟁점 사안 중 하나가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을 제한하는 부분이었다. 소위 심사 결과, 정부안대로 주말체험 영농 농지 취득은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는 제외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주말·체험 영농을 목적으로 한 농지 취득을 전면 금지해 달라는 농업·시민사회 요구는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안에 대해서도 농지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거래절벽 등의 우려를 야당이 제기하는 등 이견이 컸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연간 농지거래면적 중 주말·체험영농 농지 비중은 1%, 농업진흥지역 거래면적 중 주말·체험영농 농지 비중이 2.5%에 불과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김종훈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진흥지역은 농업생산 목적으로 지정돼 있고, 주말·체험영농보다는 농업 생산 목적으로 쓰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제한적 규정을 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주말체험 농지의 3인 이상 공유를 제한하는 내용(신정훈 의원안)도 농업 여건에 미칠 부작용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7인 이상 이하의 범위에서 조례로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졌다.


상속·이농농지 규제강화도
“재산권 침해 가능성 있다”
비영농시 처분의무 그쳐

▲상속·이농 농지 처분·관리 강화=상속·이농 농지와 관련된 규정들도 심도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

비농업인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 중 상속·이농 농지가 적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실태 파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농업계의 목소리였지만, 상속·이농 농지가 영농활동에 이용되지 않을 경우 처분의무 부과를 명문화하는 규정이 반영되는 데 그쳤다. 1ha 이하의 상속 농지에 대해 농지법을 적용하는 것이 법리 오해라는 대법원 판례를 감안해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소유 상한(1ha) 초과 소유 금지(신정훈 의원안), 상속·이농 농지에 대한 전면적 소유 제한(주철현 의원안·이동주 의원안) 등 규제 강화 내용에 대해 농식품부는 현행 농지법에 비해 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개정 반대 의견을 밝혔다.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 시 자경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 일정 자경기간 없이는 농지 전용을 불허한다는 내용 등도 과도한 규제라는 반대 입장에 부딪혀 반영되지 못했다.


농업법인 농지투기 차단목적
여야 소유요건 강화 동의 불구
농식품부는 ‘신중론’ 피력

▲농업법인 농지 소유 요건 강화=농지법 개정을 바라보는 농식품부의 인식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여야 모두 농업법인 농지 소유 요건 강화 방안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농식품부는 규정 강화 시 정상 운영 중인 선의의 법인들에 비농업인 자금 유출, 보유농지 매각 등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제도 자체의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보다는 사후관리를 통해 우려 부분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이만희 소위 위원은 “정부안이 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밖에=농지 소유·이용 실태 전수조사 시행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지실태 조사 권한이 농식품부 장관뿐만 아니라 지자체에 주어지는 것이 타당하고, 모든 농지에 대한 정기 전수조사는 대규모의 예산이 투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법률이 아닌 부령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는 개정 반대 입장을 밝혔다.

농지 취득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반대했다. 농업경영계획서 변경 시 신고의무를 부과하거나 농업경영계획서 이행 여부 확인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임대차 차임 규정 상한을 두는 내용 역시 반영되지 못했다.


◇농민·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진일보한 측면 있지만…근본적 제도 개선과는 거리”

‘투기방지’ 실효성도 의문
상속농지 관리 해법 없어
농지 전수조사 선결과제
농지 이용·보전까지 논의를

임대차 차임제한규정 반영
현장과 소통…불안 줄여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농지법 개정안 작업을 주도한 임영환 변호사는 “정부안이 현행 농지법을 후퇴시키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기존 입장보다는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안이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임영환 변호사는 “주말체험 영농의 경우 농업진흥지역 내에서만 금지했는데, 대부분이 진흥지역 밖에 있다. 실효성이 많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경기도 일원의 경우 사실상 투기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이번 개정은 투기 방지 취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상속농지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뚜렷한 해답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며, 전수조사 부분도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농지관리의 시작은 실태조사부터 시작돼야 한다. 농지만큼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도 드물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법 제도로 투기 등을 막을 수 있는 부분과 관리로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농식품부는 사후관리로도 농지법의 이념을 지킬 수 있다는 시각인 것 같다”면서 “하지만 기존 법률이 작동하지 않아 이런 문제들이 생긴 것에 대해 관리 강화를 내세우는 것은 처방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농지법 자체가 농지의 이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재산권을 제한하는 법이다. 농지법 이념과 취지에 맞게 법을 바꾼다는 것은 법률 정신에 입각한 개정이지,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과 결이 다르다”라며 “추가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농식품부의 말이 진정성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개정 논의에서는 농지법 소유 부분을 다뤘는데, 농지 이용과 보전 측면까지 염두에 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국회가 정부안 외에는 농지제도 개선과 관련해 별 고민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농지를 갖고 있는 의원들이 있어 농지제도의 심각성을 못 느낄 수도 있었다고 본다. 임대차 차임 제한 규정도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면서 “농지 문제 전반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를 놓쳤다고 본다. 추가 개정 동력이 붙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농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어 대응을 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법 통과에 따른 현장의 불안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현장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설명과 소통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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