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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진짜 농사꾼이 문 대통령께 드리는 두 번째 호소문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1-05-10 16:25
조회
31

농지 불법 매입 눈 감은 LH처리와 농지에 세우는 무분별한 태양광 설치, 바로 잡아야


[정화려 기자]



▲  청와대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 17쪽 내용 일부가 4년 만에 변경됐다.
ⓒ 정화려
농사꾼인 저는 지난 3월 16일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 진짜 농사꾼이 문 대통령께 드리는 두 가지 고언 http://omn.kr/1sexq ) 농업경영체 등록부 전수조사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글이었습니다. 글을 쓴 이후 요청했던 일들은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고, 농사꾼이 맞닥뜨린 현실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5월 초 진행된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난번 글에서 문제 제기한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는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가 4년 만에 수정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합법적으로 주말농장을 하는 공무원과 불법적으로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공무원의 차이를 이해하셨으리라는 작은 희망을 갖고 글을 씁니다.
LH농지투기 사건의 주범 13명, 겨우 직위 해제? 



▲  수도권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전북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가 지난 3월 2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 연합뉴스
첫째, LH사태를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적 가치 실현과 공직기강 확립의 기회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LH사태가 터진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농지를 매입하고 농업경영체등록을 한 LH 직원 누구도 수사를 이유로 징계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면이란 중징계를 당한 LH 직원은 엉뚱하게도 농지 투기를 한 직원이 아니라 온라인 부동산 유료 강의를 하던 서울지역본부 의정부사업단 소속 직원이었습니다. 그의 징계 사유는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위반이었습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작 영리업무 금지 조항을 위반한 채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린 농지 투기 사건의 주범 13명은 직위해제 조치 외에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적 가치를 무너뜨리고 농지를 투기의 수단으로 삼은 공무원들을 처벌하지 않는 한 LH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공무원법을 위반한 채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농사꾼 행세를 한 공무원들을 징계하지 않는 한 LH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LH사태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직불금이 농민들에게 가지 못하고 부재지주에게 가는 것을 빨리 시정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준비된 농업경영체 등록제를 후퇴시키고, 부재지주의 농지 소유를 공고히 하려는 공무원들의 시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조차도 실경작자에 대한 직불금 지급을 거부하지 못하던 공무원들이 촛불 정부의 막바지에 들어서 진짜 농사꾼에 대한 직불금 지급을 거부하고 나선 것입니다.

매년 받던 공익직불금 거부당한 사연 
아래 사진은 저의 농업경영체등록 확인서와 친환경직불금 지급대상자 선정 신청서, 그리고 기본형공익직불금(공익직불금) 지급대상자 등록거절통보서입니다. 농업경영체등록부에 등재된 동일한 농지에 대해 친환경직불금은 신청할 수 있으나 공익직불금은 신청조차 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  농업경영체등록확인서
ⓒ 정화려



▲  친환경직불금 지급대상자 선정 신청서
ⓒ 정화려



▲  기본직불금 지급대상자 등록거절통보서
ⓒ 정화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농어업경영체법)과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농업농촌공익직불법) 어디에도 농지 임대차계약서란 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농어업경영체법은 정부의 보조나 지원을 받으려는 실경작자인 농민은 누구나 농업경영체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농업농촌공익직불법에는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농민은 누구나 공익직불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농림부의 공무원들은 "적법한 권원 없이 점유 또는 사용한 농지"가 아님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는 공익직불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법률에 근거하지도 않은 기본형 공익직불사업 시행지침서를 내세워 실경작자의 공익직불금 신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공익직불금 신청이 거부당한 제가 경작하는 3필지의 밭은 모두 미등기 상태의 밭이고, 재산세를 내는 사람도 없어 임대차계약서 작성이 불가능한 밭입니다. 저는 실(實)소유주가 아닌 관리인(?)에게 매년 임대료를 지불하며 적어도 11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지 가운데는 이처럼 등기상 주인이 없는 땅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실태를 정부가 주도해 파악하는 게 필요합니다.

친환경직불금은 신청할 수 있으나 공익직불금은 신청조차 할 수 없는 모순된 현실을 해결하는 방법은 법률에 따라 실경작자의 농업경영체 등록을 받아들이고, 농업경영체 등록부 전수조사를 통해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의 농지를 농어촌공사에서 위탁받아 관리하면 됩니다.

그런데 부재지주나 가짜 농사꾼의 농지소유권을 지켜주려는 공무원들은 합법적인 방법은 놔둔 채 불법을 묵인하고 편법을 사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제게 공익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구제책(?)이라며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위 3필지의 농지에 대해 제가 실경작자임을 부정할 수 없으니, 제가 직접 재산세를 내고 (소급적용 가능한 연한이 5년이라 5년치 재산세 납부) 스스로 경작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적법한 권원"의 조건을 갖추라고 한 것입니다. 소유권은 주장하지는 않겠다는 각서까지 요구하였습니다.

공무원들 스스로 농지 소유권자를 찾아 재산세를 징수하거나, 소유권자가 불확실할 경우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면서 실경작자에게 임대료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이미 임대료를 내고 있는 제게 부재지주가 내야 할 재산세까지 내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것입니다.

당장의 모순은 덮을 수 있겠지만 나중에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러는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LH사태와 공익직불금 신청 과정을 겪으며, 공무원 사회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취임사에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농사꾼이 실현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공익직불금마저 진짜 농사꾼이 받을 수 없는 나라, 그나마도 받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제시하는 편법 구제책(?)에 따라 돈(재산세)을 내야 하는 나라는 대통령께서 약속한 제대로 된 나리가 아닙니다.

농사꾼에게 국가를 직접 느끼게 하는 사람은 국회의원이나 판사, 검사가 아니라 공무원입니다. 그런 공무원이 세금으로 국가에서 주는 월급을 받으면서 한쪽에서는 농사꾼과 같이 퇴비보조금을 받고, 농업용 면세유를 타고, 직불금을 받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합법적이지도 않은 일입니다. LH사태는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의 절호의 기회입니다. 부디 이번 기회를 놓치기 않기를 바랍니다.
태양광 업체의 농지 매입, 이대로 두면 안되는 이유 



▲  500만 평의 영암 간척지에 들어선 태양광 (해당 사진은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 최병성
둘째, 농지 태양광 발전 시설에도 임야 태양광 발전 시설의 안전 설치기준을 적용하도록 조치해주십시오.

최근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농지 매매가 있었습니다. 6년 전 이웃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마을 안 농지를 3.3제곱미터(1평)당 1만 8000원에 매입해 호두나무와 고사리를 재배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 3.3제곱미터(1평)당 8만 원에 팔았다는 것입니다. 6년간 농사를 지으며 벌어들인 돈보다 수십배가 많은 돈을 농지를 팔아서 벌어들인 셈입니다.

자기 땅 없이 남의 땅을 경작하면서 농산물 판매 수입만으로 살아가는 임차농의 처지에서는 자괴감과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땀'보다 '땅'이 가치있는 세태를 한탄하며 있는 중에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농지를 매입한 사람이 농사를 지으려는 개인이 아니라 태양광 발전업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문재인 정부 최고의 환경 분야 업적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기준 강화입니다. 2018년 6월 환경부는 태양광 발전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에 대한 지원금 가중치를 1.0에서 0.7로 30% 삭감했습니다.

2018년 12월 산림청은 임야 태양광 발전 시설의 경사도 허가 기준을 강화하고, 지목 변경을 금지했습니다. 기존에 25도까지 허용했던 경사도는 15도로 강화하고, 최대 20년인 사용허가 기간이 끝나면 산림을 복구해야 하며, 기존에 감면해 주었던 대체산림자원조성비를 전액 부과했습니다. 환경부와 산림청의 조치 덕에 지난해(2020년)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와 폭우 속에서도 현 정부 들어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마을 농지를 매입한 곳이 태양광 발전업체라는 것을 의외로 여긴 이유는 농지에도 임야와 마찬가지의 설치 허가 기준이 있으리란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매매된 농지는 경사도가 25도를 넘으니 태양광 발전 업체가 매입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상식과는 달리 농지에는 아무런 기준이 없었습니다.

경사도 15도가 넘는 임야의 태양광 발전 시설은 허가되지 않지만, 경사도 25도가 넘는 가파른 산골 마을 밭(농지)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고 하니 기막힌 노릇입니다.

개인적으로 핵발전소를 대체할 태양광 발전은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토양 유실과 안전 사고가 우려되는 경사가 심한 밭에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 시설은 찬성하기 힘듭니다. 곧 태양광 발전 업체가 마을 발전기금과 마을 주민 한두 명을 고용하겠다는 것을 미끼로 마을 주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농사에 전념하며 조용하게 살아가던 마을이 시끄럽게 되기 전에 농지 태양광 발전 시설에도 임야 태양광 발전 시설의 안전 설치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농촌 태양광 발전의 확대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박정희 독재의 유산이자 농촌 마을 주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교체하는 것임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오늘날 농사꾼의 심정과 다를 바 없는 223년전 다산 정약용이 정조 임금에게 올렸던 상소문의 첫 대목을 소개합니다.

伏以臣竊以 農有不如者三,尊不如士,利不如商,安佚不如百工。今夫人情,莫不羞卑,莫不辟害,莫不憚勞,而農有不如者三,惟是三不如者不去,則雖日撻而求其勸,民亦卒莫之勸也

신(臣)이 엎드려 감히 생각하온바, 농업이 다른 직업보다 못한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존중받기로는 선비만 못하고, 이익은 상업보다 못하며, 편하기로는 공업보다 못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인심은 비천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이익이 없는 것을 피하며, 힘든 일을 꺼리고자 합니다. 농업은 세 가지 모두 다른 직업보다 못합니다. 오직 세 가지 못한 것을 해결하지 않는 한 매일같이 매질하며 농업을 권해도 백성들은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농업경영인경기도연합회를 후원해 주시는 회원사 여러분의 소중한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