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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넉달째 텅빈 돈사…남은 건 빚과 한숨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0-01-21 10:08
조회
206









경기 연천의 한 양돈장에서 농민이 텅 빈 돈사를 바라보고 있다.

설 맞는 ASF 피해농가 표정

예방적 살처분에 양돈장 적막

재입식 허가만 기다리며 버텨 수익 없는데 유지비 계속 지출

“희망마저 사치인 상황” 토로

“설 명절 분위기요? 돼지와 함께 자취를 감췄습니다.”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휩쓸고 간 경기 연천지역의 양돈장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오명준씨(40)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그저 막막하고 우울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씨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ASF 확산 방지 대책에 따라 자식처럼 키우던 돼지 1만4000여마리를 모두 수매하거나 예방적 살처분했다.

매년 설 연휴면 휴가를 떠난 근로자를 대신해 돼지를 돌보느라 평소보다 긴 시간을 양돈장에서 보내온 그였다. 하지만 이번 설은 다르다. 돌볼 돼지가 없어 양돈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신 돼지를 키우기 시작한 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설 연휴 내내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됐다.

오씨는 “이번 설엔 아빠와 온종일 놀 수 있다고 딸아이가 많이 좋아하는데, 그동안 못 놀아준 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러한 현실이 답답해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토록 바라던 가족과의 시간을 얻게 된 오씨지만 즐겁지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재입식 허가가 언제 떨어지나 하염없이 기다리며 바라지 않는 휴식을 취하는 일이 괴롭다.

그는 “출하할 돼지가 없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맞이한 명절이 부담스럽고, 쌓여가는 빚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돼지를 키우진 않지만 근로자 11명의 월급과 시설 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월평균 1억원을 부담하고 있어서다.

ASF가 처음 발생한 경기 파주지역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지난해 10월 예방적 살처분 이후 4개월째 돈사를 놀리고 있는 이운상씨(75)는 “주변 농가들 모두 수익이 없어 설 선물이나 음식장만에 드는 지출을 걱정하고 있다”며 “이번 설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은 적은 처음”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동안 경기불황과 돼지값 하락 등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아왔는데, 돼지를 키울 수 없는 요즘은 이런 희망마저 사치인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농가들도 있었다.

ASF 감염 멧돼지가 계속 발견되는 강원지역 농가들은 “설이 큰 걱정”이라며 불안해했다. 타지에서 오는 귀성객을 통해 자칫 ASF 바이러스가 전파될까 봐 염려스러워서다.

강원 화천에서 돼지 1000여마리를 기르는 최기해씨(62)도 이런 걱정 탓에 경기 평택에 사는 형제들에게 이번 설엔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해놓은 상태다. 화천지역에선 16일까지 모두 7마리의 감염 멧돼지 폐사체가 나왔다.

최씨는 “지난 설엔 구제역, 이번 설엔 ASF 때문에 2년째 형제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지 못하게 됐다”며 “섭섭하긴 하지만 방역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른 양돈농가들도 “연휴기간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꼼짝하지 않고 집 안에만 있을 계획”이라며 “이웃농가와 웃으며 설 인사를 나누기도 힘든 상황이어서 그 어느 해보다 쓸쓸하고 조용한 명절을 보낼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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