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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한국농어민신문)제2의 농지개혁을 단행할 때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9-08-27 13:43
조회
341





건강하지 못한 한국경제를 천민자본주의라고 한다. 천민자본주의란 땀흘려 생산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 등 부당한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 경제를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부동산 투기로 취한 이익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불로소득’이다. 투기로 얻는 불로소득은 아무리 규모가 커도 국내총생산(GDP)을 단 1원도 증가시키지 않는다. 땀 흘린 노동이 아닌 비생산적 경제활동이라서다. 세간에서는 이런 식으로 치부한 부자들을 꽤나 부러워하고, 소위 ‘능력’ ‘성공’으로 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는 망국병이다. 70년대 경제개발로부터 생겨난 부동산 투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을 초래했고,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생산과 소비로 흘러들어야 할 자금이 부동산에 집중되고 거품은 커져간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다시 기업 활동과 투자를 위축시키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주거 불안과 일자리 문제는 결혼과 출산의 감소로 직결되고, 다시 저성장의 원인이 된다. 부동산 투기는 오늘의 빈부격차와 헬조선 현상을 초래하고, 사회의 미래 희망을 차단해 버린 중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투기의 주요 먹잇감이 바로 농지다. 농지는 농민의 삶을 위한 생산수단이자 국민의 식량과 생태환경을 위해 보전해야 할 공공재다. 그래서 농지는 농민만이 소유할 수 있으며, 소작제 또한 금지된다. 바로 헌법 121조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는 조항이다. 그 예외는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체제를 규정한 최상위법인 헌법의 원칙인 것이다.

그러나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은 그동안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투기세력, 정치인, 관료들에 의해 허물어지고, 농지는 마구잡이로 비농민에게 넘어가거나 개발로 파괴되고 있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수호해야 할 농지법이 예외를 남발하면서 바로 경자유전 원칙을 무력화 하고 있다. 농지법은 1994년 12월 제정됐는데, 비자경 상속인, 이농자, 1996년 1월1일 이전 취득한 소유자의 경우 농업생산을 하지 않아도 농지소유를 인정한다.

이는 명백히 헌법과 맞지 않는다. 헌법을 지켜야 할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은 농지법을 개정할 때마다 농지의 타용도 전용과 비농민의 소유, 점유를 용이하게 만들어줬다. 얼마 전 국회의원의 3분의 1인 99명(배우자 소유를 포함)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들이 과연 농민이어서 농사를 지으려고 농지를 샀는가?

현재 농지의 60%를 비농민이 차지했고, 농지 절반은 임차지로 보고 있지만, 정부는 정확한 실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명의신탁까지 포함하면 비농민 소유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다. 비농민의 투기적 수요가 증가하자, 농지가격이 오르면서 정작 기존 농민들이나 귀농인들 모두 농지를 구입하기도, 임차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예전, 생산량의 50~70%를 지주에게 소작료로 내던 농민들은 70년 전 농지개혁으로 해당 농지의 30%를 5년만 납부하면 농지를 소유하게 됐다. 그러나 농지개혁 70주년을 맞은 현재 이 땅의 농민들은 논의 경우 30%가 넘는 임차료를 매년 지주에게 줘야 하고, 심지어 직불금조차도 지주에게 뺏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기세력들은 경자유전 원칙이 유명무실하다는 이유로 끈질기게 폐지를 시도한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헌법이 아니라 농지의 공공성과 경자유전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한 대만의 농지가격은 미국의 167배, 프랑스의 145배, 독일의 51.7배, 네덜란드의 10.3배, 한국의 9.6배, 일본의 6.2배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농지가격이 제일 비싼 대만은 더 이상 차임을 감당할 수 없어 농업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한국농업법학회 회장)는 “대만이 제일 비싸고 일본, 우리나라인데, 우리나라도 현장에서는 조선시대 폐단인 경작반수제(병작반수제: 수확량 절반을 지주에게 납부) 수준인 차임 50%가 나타나는 등 대만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이 모든 것은 농지법의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하루 빨리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 교수는 법적으로 농업인의 정의부터 분명히 하고, 농지는 농업생산요소로 기능하도록 농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를 통한 농정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직불제 개편은 기존 농정 보다 농민들에게 나은 결과를 제시해야 수용될 수 있다. 농민의 정의도 애매하고, 농지제도가 문란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직불금 개편은 사상누각이다. 농지를 비농민이 차지하고, 직불금을 비농민이 가져가는 구조를 놔두고 직불금만 얘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농지 문제는 농업 뿐 아니라 이 나라의 체제와 질서를 규정하는 문제다. 역사적으로 부자와 힘 있는 자들이 토지를 독점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킨 나라들은 망조가 들었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는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이 하위법인 농지법에 의해 무너졌다면,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지법 개정을 통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재확립 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

농지제도 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지관련 법을 모두 고쳐 농지는 농민에게, 직불금은 농민에게 주는 것이다. 그것이 올바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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