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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값 올라 ‘설 물가 비상’이라는 언론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2-23 22:34
조회
878

또 농산물값만 탓했다. 지난 설을 코앞에 두고 명절 물가를 다룬 몇몇 언론 얘기다. 으레 ‘농산물값이 껑충 올라 가계부담도 커졌다’는 식이었다. 어떤 방송사는 “농산물값 때문에 설 물가가 비상”이란 진단까지 내놨다.

명절마다 이런 기사를 접한다면 소비자는 농산물값이 정말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자연스레 장을 보러 나가더라도 선뜻 농산물을 사는 것이 망설여진다. 날로 뚜렷해지는 농산물 소비부진을 언론까지 부추기는 꼴이다. 그러니 농가는 속이 탄다. 안 그래도 한파 탓에 예년보다 작황이 나쁘고 생산비는 늘어난 형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따로 없다.

애당초 ‘농산물값이 크게 올랐다’란 식의 표현부터 옳지 않다. 일부 언론에서 가격이 뛴 품목으로 꼽은 애호박·파프리카·풋고추·오이 등만 살펴봐도 그렇다. 보도가 쏟아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의 품목별 1월 하순 평균가격을 평년과 비교한 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에 따르면 애호박(20개들이)은 2.2%, 파프리카(5㎏들이)는 10.4% 값이 올랐다. 하지만 풋고추(10㎏들이)는 9.1%, <백다다기> 오이(100개들이)는 23.2% 경락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이들 품목마다 50~100% 가격이 ‘급등’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언론보도와는 영 딴판인 셈이다.

원인은 가격비교 시점에 있다. 야단법석인 언론들은 1월 하순 평균가격을 평년이 아니라 2017년 12월 하순 평균가격과 견줬다. 1월 중순부터 잦은 한파로 채소류 출하량이 전반적으로 줄었으니 경락가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설 대목장에 막 들어선 때였다.

경락가가 오른 배경설명이 얄팍했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농가의 어려움을 전한 언론은 드물었다. 전라·경상·제주도까지 기온이 영하권에서 맴돌아 난방비 부담이 커졌다거나,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만만찮다는 이야기는 기사에서 찾기 어려웠다.

가락시장 채소류 경매사들도 이같은 언론 탓에 곤욕을 치렀다. 인터뷰 요청이 와서 차근차근 얘기를 해줘도 일부만 딱 잘라 보도했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간 다음 이곳저곳에서 쏟아진 항의전화에 시달렸단다. 뿔이 난 건 출하주도 마찬가지다. 경매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오이농사를 20년 넘게 지었어도 올해만큼 어려운 적이 없었다”며 “신문·방송을 보는 소비자들은 명절 때마다 농민들이 떼돈 번다고 여길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농산물은 공산품보다 가격변수도 많고 등락폭도 크다. 그런데도 대다수 언론은 농산물이 올랐을 때만 관심을 둔다. 왜 오르고 떨어졌는지 톺아보는 일은 더 드물다. 언제까지 이런 ‘빈틈투성이’ 기사에 농민은 속을 태워야 하는 걸까.

박현진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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